[시승기]가심비. 르노삼성 SM6 GDe SE

참으로 치열한 시장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가장 대중적인 시장이다. 최근엔 SUV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중형 세단 시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치열했고, 가장 뜨거우며, 가장 대중적인 시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잘 만든 중형 세단 하나가 브랜드를 먹여살린다’는 마음으로 달려들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치열한 중형 세단 시장에서, 화려하게 등장해 브랜드를 크게 성장시킨 모델이 있다. SM6가 그 주인공이다. 물론 SM6 이전에도 SM5라고 하는 훌륭한 동생이 있었지만, SM6는 ‘르노삼성’의 이미지 자체를 바꾸어 버린 모델이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그 중에서도 엔트리 모델에 해당하는 GDe SE 모델이다. PE, SE, LE, RE 4개 트림으로 나뉘기 때문에 소위 “깡통”이라고 부르는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부분만을 남겨두며 ‘실속’을 챙긴 가성비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SM6 GDe SE의 구성은 단출하다. 잘 빠진 SM6의 외관은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실내는 검소하기 그지없다. 선택사양의 내비게이션조차 장착되지 않은 시승차의 모습은 어색하면서도 ‘이런 구성을 원하는 고객들에겐 이만큼 매력적일 수 없겠다’싶다. 누군가는 ‘중형차는 타고 싶고 돈은 부족하니 이런 구성을 선택한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사용하지 못할 기능,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기능을 위해 추가비용을 들이기 싫은 이들에겐 SE와 같은 구성은 매우 반가운 구성이다. 거기에 2636만원부터 시작하는 매력적인 가격은 SM6에게 시작부터 앞서 나가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가격만이 차량을 선택하는 요소는 아니다. 직렬 4기통 자연흡기 엔진과 7단 DCT가 조합돼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0.6kg.m를 발휘하는 SM6 GDe는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크게 뒤쳐지지 않는 무던한 존재다. 더욱 정확히는 ‘중형세단의 가장 기본적인 엔진’이다. 현대차의 쏘나타 뉴라이즈 2.0 모델이 최고출력163마력, 최대토크 20.0kg.m을 발휘하며, 한국GM의 직전 세대 말리부가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18.8kg.m을 발휘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특별히 부족한 성능도 아니다. 현행 말리부의 경우 2.0 터보, 1.5 터보모델 모델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다.

SM6 GDe의 엑셀 반응은 폭발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이 차량에 대해 실망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SM6는‘편안함’을 강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 박자 느긋한 반응이 이 차의 특성을 더욱 분명하게 전달한다. 일부 운전자는 이러한 느낌을 ‘둔하다’고 느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잘 달리는 중형 세단’이라고 하는 존재는 일반적인 존재는 아니다.
 
SM6 GDe를 시승하며 고속도로와 구불구불한 산길, 시내를 고루 주행한다. 느긋한 가속과 달리 꽤나 기민한 핸들링 반응이 인상적이다. 경쟁 모델 중 가장 컴팩트한 4850mm의 전장을 갖고 있는 SM6라고 하지만 결코 작은 크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6는 충분히 민첩한 반응을 보이며 운전자로 하여금 적지 않은 만족감을 느끼게 해준다.

누군가는 ‘이것이 장점이긴 한데 누릴 수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SM6를 타고 강원도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내달리면 새로운 만족감이 드러난다. 양 옆으로 펼쳐진 풍경을 느긋하게 느끼면서도 코너를 하나하나 빠짐 없이 공략해 돌아나가는 SM6는 ‘여유롭게 한없이 달려나간다’는 느낌을 충실히 전달하며 오너로 하여금 가슴 깊숙한 곳부터 차오르는 만족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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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필 에디터  gcarmedia@g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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