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외강내유, 렉서스 ES300h

수입차 업계에서 ‘강남 쏘나타’라는 표현이 적절한 표현은 쉽게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쏘나타와 비교된다는 점에서 불쾌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표현은 쉽게 사기 힘든 수입차가 그만큼 많이 보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가적인 의미가 몇가지 더 있으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의미는 그만큼 많이 팔렸다는 뜻이다.
 
렉서스의 중형세단 ES는 이러한 ‘강남 쏘나타’의 원조격이다. 타이틀의 주인은 몇 번 바뀌었으나 뛰어난 품질과 브랜드 밸류, 높은 연비와 편안함을 바탕으로 상당한 만족도를 선사한 것이 먹혀들었다. 
ES는 ‘렉서스’라는 브랜드와 그 역사를 함께한다. 그런 ES가 ‘도발적인 우아함’이라는 말 그대로 도발적인 표현과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겉보기부터 뼈대까지 완벽하게 바뀐 ES 다. 렉서스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스핀들 그릴은 완전히 자리잡았다. 그릴에서 시작된 날카로운 라인이 전체를 감싸며 퍼져나간다. 얼핏 보더라도 상당히 강한 인상이다. 쐐기형 주간주행등, 과격하게 깍인 그릴, 울룩불룩 튀어나온 라인이 ES를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 겉모습만 본다면 이 차가 하이브리드인지 잘 모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느낌은 후면에서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트렁크의 끝단에 장착된 스포일러가 아니라면 날 것의 라인 그대로를 보고 있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전면과 마찬가지로 날카롭고 얇게 찢어진 테일 램프가 인상에 강렬함을 더한다. 거기에 좌우로 횡단하는 긴 크롬 라인이 ES를 더욱 넓어보이게 한다.
 
신형 ES는 전작 대비 더욱 길고, 넓어지고, 낮아졌다. 새롭게 개발된 GA-K 플랫폼을 사용하며 휠베이스는 50mm가 길어졌다. 루프 라인은 5mm가, 시트 포지션은 8mm가 낮아졌다. 큰 수치가 아닐 수도 있으나 이러한 요소들이 모이니 기존의 ‘정숙하고 편안한 세단’이라는 느낌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내는 절제된 세련미가 돋보인다. 럭셔리 브랜드이기 때문에 조금 더 기교를 부려도 좋겠으나 렉서스는 ‘절제된 실용미’를 택했다. 필요한 조작부는 운전석에서 최적의 동선에 위치한다. 곳곳에 포인트를 주었으나 전반적으로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배척해야 할 부분도 부정해야 할 부분도 있으나 이같은 ‘절제된 멋’은 한번 쯤 살펴 볼 만 한 부분이다.
 
렉서스는 ES에게 그 어느 모델보다도 편안함과 정숙성을 중시했다. 강력한 퍼포먼스와 칼 같은 핸들링도 좋지만 언제 어디서나 편안한 주행이 가능한 모델 역시 필요한 법이다. 렉서스의 ES는 바로 그런 부분에서 다가온다. 과격하지 않다. 대신 부드럽고 편안하게 다가와 매끄럽게 움직인다. 그러면서도 허전하지 않다. ES가 오래 전부터 추구해온 가치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극단적인 화려함과 그에 맞먹는 실용주의의 사이. 퍼포먼스와 컴포트의 중간을 찾고 싶다면 ES는 최고의 선택지는 아니였다. 보다 실용적이고 편안함에 집중되어 ‘운전의 맛이 부족하다’는 평을 들어온 ES다. 이토 요시하키 렉서스 마스터 드라이버는 “ES가 갖고 있던 최고의 가치인 편안함과 정숙성을 유지하면서도 운전의 재미를 충분히 줄 수 있는 차를 만드는 것이 신형 ES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그들 역시 ES의 특징과 고객들이 요구하던 부분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는 뜻이다.
 
신형 ES는 민첩하지 않다. 그러나 둔하지도 않다. 자칫 잘못 만들 경우엔 무미건조해져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성격을 갖게 된다. 신형 ES는 이를 피하기 위해 기존의 ES의 강점에 조금 더 무게를 주는 쪽을 택했다. 기존 대비 더 세련되고 민첩한 핸들링을 선사하면서도 편안함과 정숙성을 기본으로 한 셈이다.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모델은 그 모델만의 ‘맛’이 있다. 그 맛을 오래 지킬 수록 오래 사랑받는다. 렉서스의 ES는 기존의 부드러운 맛을 세련되게 유지했다. 다만 그 맛을 보기 전 ‘시각적 즐거움’을 더할 수 있게 했다.
외강내유, 렉서스의 새로운 선봉장 ES300h에게 전하고 싶은 네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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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필 에디터 gcarmedia@g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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