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돌아온 탕자, 티구안


탕자는 성서에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이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들려준 여러 가르침 중,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집을 뛰쳐나간 방탕한 아들 탕자가 훗날 모든 것을 잃고 궁핍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속을 잔뜩 썩인 미운 아들이지만 탕자가 돌아왔을 때 그 아버지는 기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고 한다.

 

종교적 가르침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집을 떠나 먼 길을 갔던 이가 돌아오는 상황에서 돌아온 탕자라는 표현이 어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의 주인공이 바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에겐 참 쓰라린 기억이다. 길고도 힘든 시간이었다. 이전까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 드러난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대부분의 차종을 판매 중지해야만 했다. 그리고 2018, 폭스바겐의 최고 인기 모델 티구안이 돌아왔다.

 


새롭게 돌아온 티구안은 외관부터 완전히 새롭게 꾸몄다. 몸집 역시 더욱 키웠다. 그러나 둔한 인상은 보이지 않는다. 이전과 같이 곡선 위주의 디자인을 가져갔다면 소위 뚠뚠함이 부각 됐을지도 모른다.

기존의 동글동글한 인상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곳곳에 날카롭고 시원하게 뻗은 선을 집어넣었다. 덕분에 오랜 자숙의 기간이 무색할 만큼 세련되고 날카로운 인상을 완성했다.

 

더욱 커진 몸집 덕분에 실내 공간 거주성 역시 기존보다 한층 쾌적 해졌다. 이전엔 꽤나 좁게 느껴졌던 2열 역시 이제는 좀 넓어졌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2열의 포인트는 선반이다. 마치 비행기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거기에 선반과 연결된 음료 홀더 덕분에 활용성은 극대화 되었다. 이 외에도 도어 캐치와 좌석 옆 등 다양한 곳에 여러 수납공간을 배치했다. 이전 모델에서 수납공간이 별로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티구안이기에 이러한 변화는 반가운 부분이다.

 

운전석에 앉으니 기자가 알던 폭스바겐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4모션 프레스티지에 적용된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의 풀 디지털 계기판이 눈에 들어온다. 요즈음이야 이런 풀 디지털 계기판이 새로움을 주는 요소가 되지 않지만, 기나긴 공백기를 가졌던 폭스바겐이기 때문에 색다르게 다가온다.



다양한 모드 변화를 통해 네비게이션과의 연동을 통한 방향 지시, 오프로드 모드에서의 타이어 각도, 연비 및 효율성 등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제공한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터치스크린의 센터페시아 역시 이전 모델 대비 새로움을 주는 요소다. 불필요한 기능을 없애고 사용빈도가 높은 기능들로 채워 실용성 역시 빠뜨리지 않았다.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간다. 디젤 엔진으로 상당한 곤욕을 치룬 폭스바겐이지만, 디젤을 쉽게 버리진 못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 역시 마찬가지. 2.0L TDI 엔진이 7DSG 변속기와 조합되어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 토크 34.7kg.m을 발휘한다. 디젤엔진 치고는 그리 특별하게 다가오는 수치는 아니다.

 

도로에 올라 주행을 시작하니 이전보다 부드러우면서도 변함없는 직관적인 조향감이 전해진다.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조향에 따라 정확히 고개를 돌린다.

다만 달리는 맛은 조금 부족하다. 물론 빠르게 달리기 위한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이정도면 충분하다. 고속도로 제한 속도인 시속 100km까지는 답답함 없이 가속할 수 있다. 단지 빠르게 치고 나가는 맛이 없을 뿐이다.

 


그러나 티구안은 SUV. 거기에 기자가 탄 모델은 사륜구동 시스템인 4 모션이 적용된 모델이다. 노멀 모드에 해당하는 온 로드, 오프 로드와 조금 더 개인 성향에 맞출 수 있는 오프로드 인디비쥬얼, 스노우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해 주행 환경에 맞는 최적의 세팅이 가능하다.

 

태기산 풍력 발전소를 향하는 길은 평탄하지 않다. 단순히 가파른 오르막이 가로 막는 것이 아니라 어지간한 SUV들도 큰 맘 먹고 진입해야 할 수준의 흙더미들이 연속된다. 컴팩트 SUV에 해당하는 티구안 역시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코스는 아니다.

 


코스 초반, 비교적 낮은 흙더미가 기자를 반긴다. 조금 긴가민가 하다. 안전함을 추구하고자 대각선으로 길게 통과를 시도했으나 여지없이 바퀴가 헛돌기 시작한다.

잠시 뒤로 물러나 주행 모드를 오프로드로 전환한다. 티구안은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목표로 개발된 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접지력을 제어하는 트랙션 컨트롤이 꺼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금 대각선으로 진입을 시도한다. 바퀴가 잠깐 헛도는가 싶더니 이내 움직이기 시작한다. ‘끝까지 못 갈수도 있다.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돌아 나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왔지만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흙더미를 타고 넘는다.

 


흔히 오프로드 코스를 달리면 스티어링 휠이 크게 요동친다. 불규칙한 노면 상황과 계속해서 흔들리는 차체 속에서 운전자 역시 몸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프로드 주행을 할 때는 평소와 다르게 스티어링 휠을 잡도록 한다.

그런데 티구안의 경우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다 싶다. 티구안에겐 무리가 아닐까 싶은 코스를 넘으면서도 스티어링 휠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번 코스보다 난이도가 높아진다면 아예 진입이 불가능 했을 테지만.

 

그러나 티구안의 진면목은 역시 도심에서 발휘된다. 사실 티구안은 굉장히 무난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도심에서는 이러한 무난함이 최고의 장점이 될 수 있다. 본디 무난함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복귀와 동시에 수입차 판매량 3위를 차지했다. 무난함을 가장 잘 표현해내는 것. 어쩌면 그것이 티구안이 시장 복귀와 동시에 좋은 성적을 거둔 비결 일지도 모른다.

쉽게 떨쳐 낼 수 없었던 오명 속에서 그들만의 뚜렷한 장점을 내세웠다. 그리고 탕자의 아버지가 그를 따뜻하게 받아들인 것 처럼 시장은 이러한 티구안을 받아들였다.


당신이 알고 싶은 자동차의 모든 정보 <GCar>
최정필 에디터 gcarmedia@gcar.co.kr




관련글


2018/09/24 - [자동차 시승기] - [시승기]영국 악당은 재규어를 탄다. F-Type P300

2018/09/23 - [자동차 시승기] - [시승기]컴팩트 하이브리드 샛병아리, 토요타 프리우스 C

2018/09/21 - [업계 소식] - 한국닛산, 안양 서비스센터 확장 오픈

2018/09/21 - [업계 소식] - 르노삼성 QM6 GDe, 국내 중형 가솔린 SUV 최초 2만대 판매 돌파

2018/09/21 - [업계 소식] - 재규어랜드로버, 이정민 선수에 레인지로버 벨라 전달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