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영국 악당은 재규어를 탄다. F-Type P300


옛날 영화 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영화가 있다. 물론 이 악마가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악마를 뜻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소위 악마 같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정말 프라다 브랜드를 좋아하는지도 사실은 애매하다.

그러나 악당이 재규어를 좋아한다는 것은 딱히 부정할 수 없다. 물론 영화 상에서 악당 캐릭터를 만들어 내기 위한 설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과 대적하는 악당은 언제나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들은 대부분 영국 배우들이다.

 

이러한 점을 적절히 활용한 단적인 예시라 표현해도 좋을 차가 있다. 바로 재규어의 악당, F-Type 이다. 출시 당시부터 ‘Good to be Bad’라는 슬로건과 함께, 배우 벤 킹슬리, 마크 스트롱, 톰 히들스턴을 내세워 왜 매력적인 악당은 영국인들이 연기하는가를 논했다. 그리고 F-Type은 그 자체로 악당같은 차가 됐다.

 


F-Type의 첫 등장은 강렬했다. 3.0L 슈퍼차저 엔진과 5.0 슈퍼차저 엔진을 사용해 대악당에 걸맞는 면모를 갖췄다. 완벽함을 갖추기 위해 배기음은 소리 전문가와 조율 했고, 그에 걸맞는 난폭한 성능을 담았다. 외관이 섹시함은 당연하다.

 

이러한 F-Type이 내실을 다시 다졌다. 3.0L 슈퍼차저 엔진을 유지하는 동시에 2.0L 인제니움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새롭게 출시했다. 맙소사. 도로 위의 가장 매력적인 악당임을 강조하며 등장한 차량이 2.0L 4기통 엔진이라니.

 


물론 기존의 매력 포인트는 대다수 유지했다. 매끄러운 라인으로 루프에서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고, 지나가며 부드럽게 쓰다듬고 싶은 풍만한 팬더는 여전히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전반적으로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매끄러운 곡선으로 수놓은 F-Type의 몸매는 관능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F-Type은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다. 애초에 실용성이라는 것을 논하는 것이 맞지 않다. 2인승 스포츠카치곤 나쁘지 않은 트렁크 적재공간을 가지고 있지만 그저 그 뿐이다. 2+2도 아닌 딱 두개만 존재하는 베이지 색의 스웨이드 가죽 시트가 사실상 이 녀석의 속살의 전부다.

 


나름 영국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재규어 답게 고급스러움을 열심히 표현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고급스럽다고 하기엔 조금 조심스럽다. 고급 소재를 사용한 부분은 분명 고급진 인상을 주는데,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정 반대의 느낌을 준다. 물론 고급 소재를 적극 사용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고급스럽지는 않다. 반대로 평범한 소재를 사용해서도 충분히 고급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다. F-Type은 이 두가지 표현법 사이에서 나름의고급스러움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작아진 심장만큼 약해진 성능이다. F-Type 출시 직후 경험했던 F-Type 5.0 R 쿠페는 기자에게 악당이란 이래야지라는 느낌을 전달했다. 3.0 S 쿠페 역시 ‘5.0 R이 감당할 수 없는 대악당이라면, 나는 고난과 역경을 끊임 없이 주는 정도의 느낌을 전달했다. 물론 5.0L 엔진을 탑재한 대악당이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재규어 랜드로버가 고성능 모델의 진수를 선보이겠다며 당차게 출범한 스페셜 비클 오퍼레이션스(Special Vehicle Operations, SVO)의 손으로 넘어갔을 뿐이다. 반면 이들보다 낮아진 성능이라면 이것을 과연 악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조심스럽게 출발해보니 이전과 같은 날뜀은 찾아볼 수 없다. 다소 조용한 소리와 함께 매끄럽게 도로를 달린다. 기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F-Type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전엔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도로를 파헤치며 달려나간다는 느낌이었다면 이 녀석은 도로를 정확히 디디며 달려나간다.

 

다소 심심한 느낌에 김이 빠진다. 평소라면 주행모드 변경은 나중 일이지만 나의 F-Type이 이럴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곧바로 스포츠 모드로 변경한다.

극단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반응은 조금 더 빨라지고, RPM까지 충실히 사용한다. 배기음도 조금 더 강렬해진다. 이제야 F-Type 스러워진다.

 


제조사에 따르면, 2.0L 인제니움 엔진을 탑재한 F-Type P300은 기존 3.0L  노멀 모델 대비 약 52kg 감량했다고 한다. 거기에 스포츠카로서의 정체성은 확실히 챙겼다. 물론 여전히 날뛰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히려 부담스럽지 않다. 거기에 전자제어장치가 적극 개입하니 정말 편하게 탈 수 있는 스포츠카가 된다.

 

최고출력 300마력을 발휘하는 F-Type P300은 최고출력 380마력을 발휘하는 F-Type P380에 비하면 다소 부족한 성능이다. 그러나 도저히 만만히 볼 수 없다. 정교하게 돌아가는 차체, 운전자를 유혹하는 허스키한 배기음, 엑셀을 깊이 가져가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달려나가는 F-Type은 자신의 힘을 감춘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세상을 감시한다. 주변의 이들에게 언제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고 알린다. 그런데 그 존재는 분명 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세상을 차갑게 바라보며 제 성격을 숨긴다. 함부로 그 정체를 드러내선 안되나 언제나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는 자. ‘악당답다는 표현이 아쉽지 않다.

그렇다. 적어도 정도는 되어야 최고의 악당들이 탐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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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필 에디터 gcarmedia@g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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