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이 차를 ‘현대차’라며 욕 한다는 것은 안타봤다는 것


그들은 철저하게 분리하고 차별하려고 하지만 보는 이들은 그렇게 대해주지 않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국산 브랜드 현대자동차와 그들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다.

 

제네시스가 하나의 차량 모델이 아닌 브랜드 명이 된 것은 지난 2015, 대형 플래그십 세단 에쿠스는 해외에서 G90, 국내에선 EQ900이란 이름으로 합류했다. 기존에 제네시스라는 이름을 쓰던 모델은 G80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지난 20179, 제네시스는 G70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모델을 출시했다.

 

출시 당시 G70는 그보다 두어 달 앞서 출시한 스팅어의 후광에 빛을 발하지 못했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였음에도 불구 14.5cm 더 짧은 차량의 길이와 그로 인해 제한된 2열 거주성, 그럼에도 불구하고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유로 소폭 더 비싼 가격,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였음에도 스팅어 대비 비교적 얌전한 이미지 메이킹 등이 그 이유였다.

 


G70의 디자인은 우아하다. 상위 모델인 G80 EQ900이 위엄을 내세우며 대극장에서 점잖은 자세로 웅장한 오페라를 관람한다면 G70은 캐주얼 수트를 차려 입고 뮤지컬을 관람하는 기분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특유의 무게감 있는 디자인 레이아웃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날카롭고 공격적이다. 잘 차려 입은 수트 핏 속에 조각상 같은 탄탄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내로 들어서면 이 녀석의 성격이 더욱 정확하게 다가온다. 두툼한 가죽과 이를 수놓은 퀼팅, 하나하나 빠짐 없이 신경 쓴 듯한 매끄러운 라인은 럭셔리 스포티라는 타이틀에 충실하다. 적당히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힘을 주어 움켜쥐고 달리고 싶은 느낌을 전한다. 그러나 결코 경박한 느낌은 아니다. 부드러우며 묵직하다. 3.3L V6 엔진의 진동이 잔잔하게 넘어온다.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기본은 프리미엄이다. 달릴 채비를 하고 세상에 나왔지만 G70의 기본 역시 부드럽고 럭셔리함이다. Comfort 모드가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는 G70이 매끄럽게 나아가기 시작한다. 액티브 엔진 사운드를 통해 실내로 인위적인 소리가 전달된다. 과거 대비 많이 나아졌음은 분명한 동시에 기아 스팅어보다도 더 자연스러운 소리지만 여전히 이질적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달릴 때는 조금 더 자연스러울 수 있겠으나 귀를 간지럽히는 전자음에 해당 기능을 꺼버렸다.


귀에서의 이질감이 사라진 G70은 비로소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진면목을 보인다. 동급 경쟁모델과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는 정숙함, ‘럭셔리 브랜드의 세단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편안함은 현대차그룹이 많이 발전했고 제네시스가 럭셔리 브랜드가 맞구나라는 인상을 전달한다.

 


액티브 엔진 사운드를 다시 작동 시키고, 스포츠 모드로 전환한다. 시트의 요추 지지대가 기자의 몸을 붙잡는다. 엑셀레이터를 깊게 차니 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튕겨나간다. 3.3L 터보 엔진을 장착했으니 이정도는 해줘야 괜한 소리는 피할 수 있다.

 

쭉 뻗은 도로에 올려 엑셀을 끝까지 밟는다.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인 시속 110km까지는 너무나 금방 도달한다. 일반 도로에서 시승을 진행하였기 때문에 제로백 테스트는 진행하지 않았으나 여유롭게 잡아도 필요한 가속은 5-6초 이내에 모두 이루어진다. 서킷에서 G70을 시승해봤다는 동료 기자에게 물으니 달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시속 230km 까지도 부드럽게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답을 준다.

 

늦은 밤 산속의 구불구불한 고갯길로 접어든다. 오토 하이빔을 작동시키고 제한속도에 맞춰 달려나간다. 헤어핀에 가까운 고갯길에서도 안정적인 거동으로 빠져나간다. 결코 낮은 속도가 아님에도 흔한 타이어의 비명도 들려오지 않는다.

 


일부 외신에서는 G70 시승 이후 스포츠 성향이라기엔 서스펜션이 조금 물렁하다는 평을 내렸다고 한다. 기아자동차 스팅어의 세팅이 완벽하다고 말 할 수는 없으나 그 보다는 더 얌전하고 우아한 거동을 목표로 만들어진 G70이다. 이 정도의 부드러움은 모든 차를 슈퍼카에 준하는 성능을 적용시키고 싶다는 욕심이 아니라면 결코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다. 종종 달려나갈 일이 있을 때 이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구성, 이를 위해 힘을 숨기고 있는 존재가 바로 G70이다.

 

현대자동차 그룹과 제네시스가 세계 1위의 기술력을 가진 제조사는 아니다. 100년이 넘는 그리고 100년에 가까운 경쟁사들과 비교해 아직은 세심함이 부족할 수는 있으나 이는 단기간에 해결하는 것이 아닌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G70은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 중 한가지다. 그만큼 높은 완성도와 재미, 고급스러움을 골고루 가지고 있다. 사람이 하는 일, 사람이 운영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실수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제네시스 G70제품으로서 부족한 부분은 없다. 혹시 주변에 그래봤자 현대차 아니야? 그게 그거지라고 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G70을 안타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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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필 에디터 gcarmedia@g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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