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효율성 승부. 혼다 어코드 1.5 터보


완벽이란 단어는 매우 조심스러운 단어다. 사전적 의미는 결함 없이 완전함을 의미한다. 어느 것 하나만 부족 해도 그 의미가 깨지기 때문에 쉽사리 사용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에 가까운이라고 하는 2% 부족한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완벽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단어를 당당히 사용한 당찬 모델이 있다. 바로 혼다 어코드다.
 
어코드는 가장 완벽한 세단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어찌 보면 매우 오만한 표현이지만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이 그렇게 특별할까 싶은 마음에 궁금증이 동한다. 그리고 그러한 궁금증은 최근 2.0 터보 모델을 시승하며 확인했다. 물론 완벽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어코드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에 있어선 충실했다. 그런데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1.5 터보에서도 이 가치를 충실히 전달 할 수 있을까?”



어코드 1.5 터보는 앞서 시승한 2.0 터보와 상당히 다른 구성을 가지고 있다. 10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하고 있는 2.0 모델과는 다르게 1.5 터보 모델은 CVT 무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있다. 이것이 1.5L 직분사 브이텍(V-TEC) 엔진과 결합되어 최고출력 194마력, 최대토크 26.5kg.m을 발휘한다.
이러한 파워트레인의 차이는 운전자에게 상당한 차이를 선사한다. 2.0 터보 모델이 적당한 무게감과 경쾌함을 함께 전달한다면 1.5 터보 모델은 얌전함을 넘어 심심함을 전달한다. 엑셀레이터를 깊숙히 밟아보아도 2.0 터보에서 느꼈던 가속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같은 모델이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차이는 타겟에 있다. 혼다 코리아는 10세대 어코드를 출시하며 국내에는 다양한 고객이 있다. 누군가는 효율성을 원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스포티함을 원한다고 밝히며 신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혼다의 안전기술인 혼다 센싱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누군가는 원하지 않는다고 전한 바 있다. 2.0 터보 스포츠가 스포티함을 충족시키기 위한 모델이라면 1.5 터보는 효율을 충족시키기 위한 모델인 셈이다. 2.0 터보 모델에만 스포츠라는 명칭을 붙여준 이유일 것이다.
 
이 점을 확인하기 위해 부산국제모터쇼가 한창인 벡스코를 목적지로 택했다. 왕복 800km, 서울과 부산의 시내, 고속도로 주행 등을 통해 어코드 1.5 터보 모델이 갖고 있는 효율을 확인해 볼 요량이었다. 어코드 1.5 터보의 연료탱크의 용량은 45L, 제조사가 밝힌 고속 연비는 15.9km/L(복합연비 13.9km/L, 도심 연비 12.6km/L)로 동급 세단의 평균 연비를 조금 상회한다.



복잡한 서울의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진입해 속도를 올린다. 2.0 터보 스포츠모델과는 사뭇 다른 가속감이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10단 자동변속기 대신 탑재된 CVT가 맹렬히 돌아가며 단수 변화를 구현했지만 구조적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속도를 시속 110~120km까지 올리는데 무리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에코모드에 해당하는 EKON 모드를 켜놔서 그런가 싶어 스포츠모드로 변경해 보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부산 당일 왕복 코스를 소화하기 위해선 운전자의 체력이 따라주어야 한다. 보통은 주어진 시간 내 시승차의 최대한 많은 부분을 느껴야 하기 때문에 차량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기 마련이지만 체력적 부담감을 줄이고 시승차의 연비를 확인할 겸 EKON 모드를 유지한 채 주행한다. 1, 2차선을 유지하는 저속차량과 선행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종종 속도를 높이기도 했지만 연료 게이지와 주행 가능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원활한 고속도로 소통 역시 한몫 했겠으나 경부고속도로와 부산외곽순환도로, 부산 시내를 뚫고 벡스코에 도착했을 때 연료는 1/2이 남았다. 주행거리와 잔여 연료량을 바탕으로 추측한 연비는 17~18km/L인 셈이다.
 
당초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욕심이 들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하이브리드나 디젤이 아닌 중형 세단으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한다는 것은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서울로 돌아가는 코스와 잔여 연료량을 보니 올 때처럼 돌아가면 주유 없이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은 중부내륙과 영동고속도로를 경유한다. 대구와 김천, 충주, 여주를 지나는 코스다. 부산으로 갈 때와 마찬가지로 원활한 고속도로 흐름을 타고 주행한다. 트립 컴퓨터는 평균 연비 12~13km/L를 표시하고 있지만 주행 가능거리와 연료 게이지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평균 속도 시속 100~110km를 유지한 채 출발지로 돌아오는데 성공했다. 총 주행시간 8시간 40, 주행거리 810km를 추가 주유 없이 주행했고, 마지막에 표시된 주행 가능거리는 60km를 나타냈다.
 
어코드 1.5 터보는 2.0 터보 스포츠와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2.0 터보 스포츠가 조금 더 역동적이고 강렬함에 초점을 두었다면 1.5 터보는 효율에 초점을 두었다. 다시 말해 어코드의 특정 모델 완벽을 기한 것이 아니라 입맛에 맞는 맞춤 밥상을 준비한 것이다. 순백의 무결점 자동차가 아닌 고객이 무엇을 원하던 맞출 수 있는 라인업을 갖춘 모델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있다. 혼다의 안전기술인 혼다 센싱을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혼다 센싱은 국내에 판매되는 어코드 중에서 2.0 터보 스포츠와 하이브리드 투어링에서만 선택이 가능하다. 1.5 터보와 하이브리드 EX-L에서는 넣고 싶어도 넣을 수 없다. 앞서 2.0 터보 스포츠를 시승하면서 경험한 혼다 센싱은 상당한 만족감을 전달했다. 아마도 이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은 비용적인 측면이나 시내 운전이 대다수라서 필요 없어서 일 것이란 추측이 들기도 했다. 당연한 이야기로 혼다 센싱을 포함해 무언가를 선택, 추가할 수 있다면 차량의 가격은 올라갔을 것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낮은 혼다로서는 세부 모델 별 옵션의 차이를 두어야만 했을 것이고 일부 모델에만 혼다 센싱을 탑재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비록 완벽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부합시키지 못했지만 혼다 어코드는 완성도가 높은 차량이다. 이 모든 것을 무리에서 담지 않고 목적과 목표에 따라 절묘히 나누었다. 누군가는 그럼 완벽하지 못하잖아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뚜렷한 목적을 갖고 있고 그에 부합한다. 그거면 충분하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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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필 에디터 gcarmedia@g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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