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조금 더 기대해도 좋다. 혼다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
- 자동차 시승기
- 2018. 6. 1. 00:00
“그거 참 뜬금없네”
자동차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 상 주변에서 차량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칭하는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지만 남들보다는 다양한 차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나름의 고민을 거쳐 차량을 추천하는 보람이 없는 브랜드와 모델이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혼다의 어코드다.
혼다 어코드는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물론 ‘전세계에서 많이 팔렸으니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량을 추천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런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어코드의 운전석에 앉는 순간 ‘어 왜이리 낮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이드스커트와 운전석의 바닥을 살피니 상당히 깊숙하다. 전륜구동인 덕분에 바닥을 최대한 낮춰 가능한 모습이다. 이러한 느낌은 2열에서도 더욱 극대화 된다. 2열 탑승자를 배려한 헤드룸 덕분에 거주성은 여느 수입브랜드보다 탁월하다. 오너드리븐 뿐만 아니라 쇼퍼드리븐까지 고려한 운전석과 조수석의 시트는 헤드레스트로 올라가면서 점점 좁아지는 형상을 보인다. 이를 통해 2열에서도 전면 시야의 확보가 가능해져 더욱 넓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특정 국가와 특정 브랜드에 대한 편견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일본 브랜드가 세세한 점을 잘 챙기긴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에코모드라고 할 수 있는 EKON모드로 주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EKON 모드라는 상태가 무색하다. 차량은 조용히, 그리고 생각보다 강하게 나아간다. 스티어링 휠을 조금 더 강하게 잡고 엑셀을 끝까지 전개한다. 새롭게 개발, 적용된 10단 자동변속기가 매끄럽게 기어를 전환한다. 기어가 변속될 때 충격이 느껴지지 않지만 엔진이 힘차게 돌아가며 속도계가 끊임없이 올라간다.
스포츠모드로 전환하면 작은 반전이 일어난다.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있는 속도계와 달리 디스플레이로 되어 있는 RPM 게이지가 먼저 변화한다. ‘이게 정말 가솔린 차량의 RPM 게이지인가?’싶을 정도로 넓게 자리하고 있던 숫자들이 촘촘해진다. 물론 최대 회전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숫자 간격이 촘촘해지며 발생한 빈 공간에는 부스트 압이 0.5bar 단위로 표시된다.
이런 시각적인 요소로 끝난다면 감히 ‘반전’이라는 표현은 쓰지 못했을 것이다. 스포츠모드를 설정하고 엑셀을 깊게 가져가니 순식간에 레드존까지 치솟는다. 속도가 오름에 거침이 없다. EKON모드와 마찬가지로 변속의 충격은 없지만 속도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한다. 스포츠 모드를 적용했을 때의 서스펜션 변화 덕분인지 급격한 차선 변경에도 차량의 거동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꼬리가 잽싸게 따라오는 느낌이 일품이다.
터널에 진입하니 동승한 선배 기자가 ‘뒤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운전석에서는 잘 들리지 않는다. 관계자에게 확인하니 외부 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라고 한다. 화이트 노이즈를 발생 시켜 외부의 풍절음과 소음을 상쇄시킨다고 한다. 이와 같은 설명을 들은 후 이 소리에 집중한다. 이번 시승 코스에서는 터널에서 유독 크게 발생되었지만 이러한 소리가 탑승자의 신경을 건들지는 않는다. 굳이 신경 써서 이 소리만을 듣겠다고 하지 않는다면 이런 기능이 있었나 싶어질 정도다.
어코드는 가족과 운전자 모두를 위한 세단이다. ‘세단’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본다면 이보다 목적에 충실한 모델을 찾기 힘들다. 불필요하게 화려하지 않은 인테리어와 기능은 절제미를 강조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탄탄한 성능은 높은 숫자로 표현되는 근래의 모델들에게 ‘너희 기본기는 챙긴거니?’라고 반문한다. 일본 브랜드가, 특히 혼다가 심심하고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망설여진다면 조금 더 기대하고 타도 좋다고 답 하고 싶다. 어코드는 충실한 성능과 세련된 외관으로 당신을 반길 것이다.
최정필 에디터 gcarmedia@g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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