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 타고 제주도 여행, 벨로스터 N 20대가 바다를 건넜다
- 자동차 시승기
- 2019. 3. 19. 17:07
단 돈 1만9,000원. 스마트폰 어플로 알아본 3월 2일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 최저요금이다. 2만 원이 채 안 된다. 값도 저렴할 뿐 아니라 어느 운송 수단보다 시간도 조금 걸린다. 제주도는 당연히 비행기 타고 가는 곳. 이 날 까지만 해도 ‘서울 촌놈’인 나에겐 깊은 편견이 자리하고 있었다.
글‧사진 이병주 에디터
이 글을 쓰고 있는 에디터는 지난 8월 2일,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N을 구입했다. 어느덧 출고한지 8개월 차다. 조만간 롱텀 시승기를 작성할까 콘텐츠를 구성하던 찰나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몸담고 있는 벨로스터 N 클럽에서 제주도 여행을 떠난 단다. 그 것도 직접 차를 몰고.
제주도 여행이 기획된 이유는 간단하다. N 클럽이 생기고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회원들을 만나고 다녔는데 제주도만 못 갔기 때문이다. 때문에 벨로스터 N을 타고 제주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일정은 1박 2일. 좀 더 여유로웠으면 좋았을 테지만 여러 명이 모이는 탓에 다 같이 쉬는 주말로 정했다.
여정의 시작은 완도항이다. 3월 2일 이른 아침부터 배에 벨로스터 N을 실어야 했다. 때문에 일부 회원들은 하루 전인 삼일절에 먼저 완도에 모였다. 항구 근처에서 자고 다음날 여유있게 출발하기로 했다. 나 또한 부랴부랴 금요일 촬영을 마치고 저녁에 완도로 향했다. 5시간 30분, 약 450km를 달려 밤늦게 숙소에 도착했다.
경칩(驚蟄)을 앞둔 완도항은 아직 겨울잠을 자는 듯 조용했다. 이내 이른 새벽부터 퍼포먼스 블루 스머프들을 포함해 항구 직원들 그리고 다른 승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보통 도로에서 보기도 힘든 차가 20대 가량 모여 있으니 신기한 눈치다. 오랜만에 모인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항구 관계자가 다가왔다. 첫 마디는 튜닝카냐는 질문이었다.
미리 표를 예매해 놨다면 차를 배에 싣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관계자가 튜닝카냐 물은 이유는 규제 사항 때문이다. 지상고 10cm 이하 차량은 선적 불가능하다. 이 날 참가 차량 중 서스펜션 튜닝을 한 모델은 단 한 대도 없었다. 벨로스터 N은 전자식 서스펜션이 달려있어 시종일관 딱딱한 튜닝 서스펜션과 달리, 일상과 스포츠 주행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 때문에 대부분 소비자가 서스펜션 튜닝 필요성은 못 느낀다.
하지만 지상고를 낮추는 다른 범인이 있었다. 추가로 장착한 프론트 립과 사이드 스커드다. 최근 카본으로 만든 제품이 나와 유행했는데 일부 회원 차에 달려 있었다. 대부분 배에 차를 싣는 건 처음인지라 생각도 못하고 있어 난감했다. 탈거를 하거나 파손 되도 본인책임이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묘기를 부리며 차를 올렸다. 범퍼 탈거를 위한 공구를 챙겨 왔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 선적이 어려운 사항은 몇 가지 더 있다. 승합차 혹은 픽업 트럭에 무리하게 짐을 실은 경우, 예약할 때 등록한 차와 현장에서 배에 싣는 차종이 다른 경우, 출항 30분 전까지 차량 선적 접수가 안 된 경우 그리고 낮은 지상고와 반대로 배의 크기에 따라 일정 높이 초과에 제한을 두기도 한다. 이 밖에 특수 수하물 혹은 휘발유 등 위험 물질을 차에 실은 경우 현장 직원 판단하에 선적을 거부 당 할 수 있다.
자동차가 배를 타면 가격은 얼마일까. 제주도를 갈 땐 완도항을 이용했지만 복귀할 땐 제주항에서 목포항을 통해 육지로 이동했다. 오고 갈 때 이용한 선박 업체도 다르다. 각각 한일 고속의 블루나래호, 씨월드 고속 훼리의 산타루치노호를 탔다.
집에 올 때 탄 산타루치노호는 영화 타이타닉이 떠오를 만큼 거대한 카페리 선박이다. 블루나래호보다 무려 8배 가량 무거운 2만4,000톤 급으로 길이 189m, 너비 27m다. 물 속으로 잠기는 선체만 15m에 달한다. 여객정원은 총 1,425명, 승용차 기준 최대 500대를 실을 수 있다. 덤프트럭과 같은 거대한 차량도 선적 가능하다. 시속 43km로 이동하며, 제주 항에서 목포 항까지 가는데 4시간 30분 걸린다. 선내에는 파리바게트를 포함해 10여 개가 넘는 편의시설이 있다.
이용 금액은 산타루치노호가 소폭 비싸다. 블루나래호는 일반석 밖에 없고 가격은 성인 남성 기준 3만2,300원 이다. 차량은 경차가 8만1,710원(레이 9만3,210원), 대형 세단 14만5,480원, 카니발 같은 승합차가 16만4,560원이며, 벨로스터 N은 준중형과 같은 가격으로 10만5,870원이다. 수입차는 배기량별로 가격이 오른다.
산타루치노호는 일반실부터 로얄 스위트룸까지 다양한 객실을 보유했다. 일반실은 3만2,300원으로 블루나래호와 같지만 VIP 스위트룸의 경우 30만 원까지 가격이 상이하다. 주말 및 공휴일 그리고 특송 기간에는 10% 할증 된다. 차량 선적은 경차가 10만2,900원(레이 11만5,800원), 소형 SUV와 준중형 그리고 벨로스터가 12만8,700원, 중형 14만1,500원, 대형 15만4,400원, 승합차 18만20원 등이다. 외제차는 국산차와 같이 크기로 급을 나누며 값이 좀 더 오른다. 벤츠 스프린터의 경우 41만7,520원으로 일반 차량 중 가장 비싼 요금을 받는다.
블루나래호는 이동 거리도 짧고 승객도 적었다. 승객실 외엔 이동도 불가능했고 조용해 잠깐 잠을 청했다. 잠시 눈을 붙이고 떴더니 금세 제주항에 도착했다. 차량을 가져온 회원들은 선적실로 내려가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제주도에 도착 후 이야기는 여느 자동차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제주도 N 클럽 회원들까지 합류해 약 30대의 벨로스터 N이 제주도 나들이에 나섰다. 대열 주행은 자제했다. 목적지 주소를 공유하고 내비게이션 검색을 통해 집합하기로 했다. 문화가 민폐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맛집을 찾아 식사를 하고, 경치 좋은 카페에 가서 티타임을 가졌다. 명소에서 사진도 찍고 이내 숙소 체크인 했다. 휴식 후 저녁을 먹고 그렇게 제주도의 첫 날이 막을 내렸다.
둘 째 날 대부분은 이동하며 시간을 보냈다. 체크 아웃 후 곧장 제주항으로 이동했다. 올 때보다 운항 시간이 길기 때문에 여유부릴 시간은 없었다. 수 십 여대의 차량을 싣고 내려야 하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항구에 도착해 간단히 식사를 하고, 제주도 회원들과 다음을 기약했다.
산타루치노호에서 보낸 5~6시간은 즐거웠지만 개학을 앞두고 숙제가 밀린 학생처럼 마음 한 켠이 편치 않았다. 항구에 도착한다 한들 여행이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목포에서 서울까지 운전할 생각과 다음날 출근할 생각을 하니 마음의 피로가 엄습했다.
머릿속 한 켠은 시간과 돈 낭비라며 비아냥했다. 차량 선적과 육지를 이동하며 생기는 주유비와 통행료를 생각하면 낭비가 맞다. 비행기를 탄 것 보다 대략 10배 정도 비용이 더 들지 않을까. 이동 시간은 말 할 것도 없다.
계산적인 머리와 달리 마음은 따뜻해졌다. 아끼는 차와 함께 떠난 여행은 두고두고 이야기 거리로 남을 것이다. 식탁 위에 놓을 액자도 생겼다. 성산일출봉을 걸고 찍은 벨로스터 N 사진은 사진작가인 나에게 감개무량할 뿐이다.
비행기를 탔다면 몸은 덜 피곤했겠지만, 고작 1박 2일 여행을 회상하며 글로 쓸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 남들이 보기엔 조금 바보 같지만 ‘N 클럽 코리아 제주도 드라이빙 투어’는 우리에게 특별한 여행이 됐다.
이병주 에디터 gcarmedia@g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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