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독점 시장에 브레이크, 이스즈 엘프(ELF) 3.5톤


자동차 전문 기자라는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차량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그러다 보면 강렬한 인상을 주는 차가 있는 반면 탈수록 마음이 복잡해지는 차량도 있다. 일반적으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차량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 역시 그렇다. 몇 명이나 관심을 가질지도 감이 오지 않는다. 애초에 이런 종류의 차량을 시승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육상 물류의 중심 축을 담당하고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꼭 경험해 볼 필요는 있었다.
 
그런 기자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 주인공은 이스즈(ISUZU)의 엘프, 일본에서 30년 넘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이스즈의 트럭을 경험해본 이들이 종종 있다. 1980년대, 국내에서 자동차 산업 합리화로 제조사 별 특정 분야의 차량만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해지기 이전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새한자동차가 이스즈의 트럭을 수입, 판매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좌) 이스즈 엘프 장축 3.5톤 우)현대자동차 마티이 슈퍼캡 장축 3.5톤좌) 이스즈 엘프 장축 3.5톤 우)현대자동차 마티이 슈퍼캡 장축 3.5톤


이스즈 엘프는 3.5톤의 적재용량을 갖고 있다. 카고 데크의 크기만 해도 4950mm에 달한다(장축 기준). 경차 두대를 옆으로 나란히 세우고, 그 뒤로 EQ900을 한 대 붙여서 다니는 것보다도 큰 크기다. 가능한 많은 짐을 한번에 옮겨야 하는 상용차의 입장에선 카고 데크의 크기와 적재 용량, 연비는 최우선 고려사항이다. 한번에 나를 수 있는 화물의 양이 곧 차주의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적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우선해서 고려하는 부분이다.

엘프의 카고 데크는 현대 상용차의 마이티와 비교해 조금 부족하다. 마이티의 경우 카고 데크는 5200mm*2280mm(슈퍼캡 장축 기준)으로 엘프(4950mm*2070mm)보다 크다.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으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끼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그러나 실제 운용하는 이들의 시점에서는 크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카고 데크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장점이 있어야한다. 그러나 엘프는 상당히 허전하다. 상용차에 대한 지식이 얕은 기자의 눈에도 조향이라는 기능 외엔 어떤 기능도 없어 보이는 스티어링 휠, 넓지만 한정적인 캐빈 내 수납 공간 등 편의사양이라는 것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비슷한 연비와 비슷한 가격이라면 굳이 엘프를 선택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문화의 차이부터 인지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지입차(운수회사 명의로 등록된 개인 소유 차량)을 비롯해 차량 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잡혀 있는 반면, 이스즈가 태어난 일본에서는 회사 차량이라는 관점이 강하다. 다시 말해 운행을 마친 후엔 회사의 차고지에 차량을 보관하고 퇴근하는 것이지 차량 내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차량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차량이 곧 나의 자산이지만 일본에서는 차량=영업 수단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마이티는 휴식 공간에 해당하는 캡이 존재하고, 엘프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유가 이해된다. 뿐만 아니라 엘프가 왜 다소 빈약해 보이는 구성을 갖고 있는지 역시 이해가 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이해하고 난 뒤엔 엘프의 장점이 시작된다. 전자제어식 6단 자동화 변속기(AMT, Automated Manual Transmission)인 스무더가 장착되어 소위 말하는 도가니의 안위를 덜 수 있다 는 점은 장점이다. 푸조의 MCP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으나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수동 변속기를 기반으로, 차량의 출발 시 클러치의 마모도를 줄이기 위한 토크 컨버터를 추가 장착했다. 다시 말해 기어의 변속을 도와주는 센서와 장치가 달린 수동변속기에 토크 컨버터가 결합된 형태다. 관리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수동 변속기의 오일을 체크하며 토크 컨버터의 오일도 체크해주면 될 뿐이다. 2단 출발이 기본인 트럭의 특성 상 오르막길 등판 혹은 중량물을 적재한 상태에서의 출발을 위해선 기어 노브에 위치한 1단 출발 모드 버튼을 통해 무리 없이 주행이 가능하다


엘프 3.5톤 AMT 모델에 장착된 토크 컨버터와 M/T 변속 스무더엘프 3.5톤 AMT 모델에 장착된 토크 컨버터와 M/T 변속 스무더


이스즈의 AS 교육을 담당하는 관계자에게 두개의 변속기가 함께 자리하고 있으면 정비편의성이 떨어지지 않느냐 물으니 수동 변속기 모델과 비교해도 크게 어려울 것은 없다. 오랜 기간 운행하다가 변속기가 고장나고 센서가 망가지는 일은 모두 같다 엘프 AMT가 변속기를 모두 들어 낼 정도로 고장이 난다는 것은 차량 관리를 정말 안했다는 것과 같다고 답한다.
 
그동안 AMT 모델만을 대량 인증을 통해 판매했던 이스즈지만 최근엔 수동 변속기 모델도 도입하기 시작했다. 마이티와 가장 큰 차이점은 6단 변속기라는 점이다. 일반 승용 차량에선 당연하다 못해 더욱 다단화 된 변속기가 탑재되고 있지만 상용 트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조합이다. 이스즈 엘프는 이를 통해 더욱 효율적인 동력 전달은 물론 연비 측면에서도 상당한 이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스즈 관계자의 설명이다.



본격적인 주행에 나선다. 최근 시승했던 에스컬레이드 ESV 보다도 높은 시야가 생소하다. 현대자동차의 마이티와 비교하니 대시보드가 한참 아래에 있어 시야가 확연히 다르다. 텔레스코픽으로 조절되는 스티어링 휠은 수평에 가깝게 눕혀져 시야를 조금도 가리지 않는다. 승용차를 운전할 때와 같이 스티어링 휠을 잡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유격의 폭이 상당한 편이나 차량의 조향에 문제가 있는 수준은 아니다.
 
주행을 하며 기어를 하나씩 올려나가니 각각의 단수에서의 동력 전달이 인상적이다. 이날 함께 시승한 마이티의 경우 3-4단에서 갑작스럽게 힘이 빠지는 느낌을 전달한 것과는 굉장히 다른 느낌이다. 속도를 높여 변속기는 6단을 넣고 시속 7-80km으로 주행해도 힘의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적재 중량에 맞춰 500kg의 중량물 7개를 적재한 상태에도 주저 없이 오르막을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화물차량에서 달리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속과 정차다.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화물을 적재하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가장 높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물론 승용차와 마찬가지로 차량을 꽉 잡아준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고 있다면 정차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 배기가스의 배출을 막아 제동력을 발생시키는 배기 브레이크를 함께 사용하니 내리막길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브레이킹이 가능하다.


이스즈 관계자에게 물으니 이와 같은 브레이킹의 비결은 후륜에도 적용된 디스크 브레이크를 예로 든다. 현대자동차의 마이티의 경우 드럼 브레이크를 기본으로, 선택사양을 통해 디스크 브레이크를 적용할 수 있지만 해당 옵션을 선택하는 차주의 비율은 높지 않다는 것이 시승 당일 만난 엘프 출고 고객의 설명이다.



거대한 차폭에 아웃사이드 메인 미러와 보조 미러를 수시로 살피게 된다. 높은 시트와 시야로 인해 바로 밑이 보이지 않음에도 원형 미러가 장착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 30여년간 국내 상용차 시장은 특정 브랜드의 독점 시장이었다. 과거의 산업 합리화 정책이 경제 성장을 위한 조치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그로 인해 특정 기업이 오랜 기간 이득을 보았다는 점 역시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수입 브랜드의 진출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상용차 시장에서도 수입차를 타야하냐는 시선으로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상용 차량을 운행하는 이들은 합리적인 운행이 가능한 차량을 찾고 수익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수입 브랜드의 차량을 이용해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면 그 선택은 합당한 선택이 된다. 이번에 시승한 이스즈의 엘프를 비롯해 더욱 많은 수입 상용차량이 진출하기를 바라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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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필 에디터 gcarmedia@g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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