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쉐보레는 크루즈 디젤에게 무슨 짓을 했는가

 

 

 

준중형 세단 시장은 치열하다. 가장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와 성능, 크기를 바탕으로 개인과 법인차량으로도 인기가 많은 세그먼트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은 준중형 세단 시장의 중요한 요소다. 무던한 성능은 브랜드를 막론한 특징이다. 어찌보면 고성능, 고배기량을 추구하는 매니아들이 아닌 대중을 노린 합리적인 성능과 구성의 집합체인 셈이다. 그만큼 제조사는 ‘평범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시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준중형 세단 시장은 해당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을 담당하는 중요한 축이다. 제조사의 전체 판매량이 위태로울 경우 가장 먼저 준중형 시장에서 그 반응이 나타난다. 쉐보레 브랜드를 이끄는 한국GM으로서는 이런 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크루즈의 선방이 상당히 중요했을 것이다. 최근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판매량의 큰 부분이 크루즈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경쟁모델인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기아자동차의 K3 그리고 르노삼성의 SM3와 비교했을 때 크루즈는 어느 것 하나 쉽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크루즈 디젤 모델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탄탄한 성능, 변속기가 아쉬워

 

 

크루즈 디젤은 전형적인 준중형 세단의 성능을 보여준다. 1.6L 디젤 엔진에 젠3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은 134마력, 최대토크는 32.6kg.m을 발휘한다. 수치상 성능으로는 기아자동차의 K3과 동일하다. 아반떼 디젤은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0.6kg.m를, SM3 디젤은 1.5L 엔진에 6단 DCT를 조합해 최고출력 110마력, 최대토크 25.5kg.m을 발휘한다. 특별히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크루즈 디젤은 기본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체급에 맞는 성능을 지닌 차량인 셈이다.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도 충분히 억제된다. 대쉬보드와 보닛 등에 충분히 보강한 흡음재 덕분이다.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디젤이 요란스럽다는 인식은 깨진지 오래다.
하지만 변속기만큼은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에 판매되는 크루즈는 가솔린과 디젤 모두 젠3 6단 변속기를 장착한다. 북미시장에 판매되는 모델에는 9단 변속기가 장착되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보다도 허탈함이 드는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국내 생산 물량에 대한 노조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젠3 변속기를 고집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확인되진 않는다. 국내 도로 사정에 적합하며 크루즈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는 조합이기 때문에 해당 변속기를 사용했다는 것이 한국GM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물론 단수가 세분됐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변속기는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설명 없이 ‘이거면 충분하다’는 답변은 아쉬움을 자극한다.

 

멋진 얼굴, 복고풍의 뒷태, 고구마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올 뉴 크루즈 가솔린 모델이 처음 출시됐을 당시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임팔라와 말리부를 잇는 멋들어진 전면부의 디자인이 포인트다. 쿠페형으로 낮고 길게 뻗은 루프 라인 역시 크루즈의 멋을 강조한다. 전면과 측면, 후면 모두에서 느껴지는 우락부락함은 잘 생긴 얼굴에 탄탄한 보디라인을 쥐어준 셈이다. 그런데 뒷모습이 뭔가 어색하다. 두어 세대 전의 경쟁사 모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좋게 보면 전면과 마찬가지로 임팔라와 말리부의 디자인 언어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그 대상에 맞아야 어울리는 법이다. 크루즈에 이러한 디자인을 적용시키기 위해 수많은 디자이너가 고생했을 것임은 굳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고생이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실내에 탑승하면 다른 점이 운전자를 더욱 답답하게 한다. 화려한 컬러감을 자랑하는 클러스터는 고급스럽다는 느낌 보단 고급스러워 보이고자 노력한 느낌이다. 어울리지는 않지만 시인성은 나쁘지 않다. 다만 네비게이션을 비롯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답답함을 감출 수 없다. 한세대 이전의 네비게이션 프로그램을 보는 듯 하다. 국내 시장에 적용되기 시작한지 2년이 채 안된 애플 카플레이의 인터페이스가 더 세련됐다. 세대가 지난 사용자 인터페이스라고 해도 믿을 법 하다.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 가격만 아니라면.

 

 

경쟁 모델 대비 특출 나지 않은 무던한 성능도 괜찮다. 호불호가 갈리는 디자인 역시 애정을 붙이고 예쁘게 봐줄 수 있다. 최근엔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더 선호하는 만큼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답답함 역시 눈을 감고 넘어가 줄 수 있다. 하지만 경쟁 모델 대비 유독 비싼 가격만큼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2249만원(LT트림 기준)부터 시작하는 크루즈 디젤은 최상위 트림에 모든 선택사양을 넣을 경우 2944만원이라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을 자랑한다. 상위 모델인 올 뉴 말리부 1.5 터보 모델의 일부 트림을 넘어서는 가격이다. 동급 모델과 비교하면 최대 546만원(K3 디젤, 트렌디 스타일 트림, 선택옵션 전체 선택 기준)의 가격차이가 발생한다. SM3와는 506만원, 아반떼 디젤과는 167만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단순한 수치로 표현되는 가격이 아닌 해당 모델이 갖고 있는 상품성을 바탕으로 비교해달라고 외치는 한국 GM이지만 이 주장 역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자동차에 관심을 두고 보는 이라면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일반 변속기보다 발전된 형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가장 유사한 성능의 기아자동차 K3도 7단 DCT를, SM3도 6단 DCT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 성능 면에서 쉐보레 크루즈가 경쟁모델보다 높은 상품성을 갖고 있다는 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경쟁 브랜드가 가만 있지 않을 것은 자명하니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말이 잘 와닿지 않는다. 
크루즈 디젤은 차량의 성능만 두고 본다면 경쟁 모델에 뒤쳐지지 않는다. 상품성도 경쟁모델보다 월등히 뛰어나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결코 부족하지도 않다. 쉐보레를 지탱해온 ‘쉐보레 신도’의 지지를 충분히 받을 만한 모델이다. 
단 하나. 가격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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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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