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드워프를 닮은 차, 기아자동차 레이


북유럽 신화에는 드워프라고 하는 종족이 등장한다. 1M 남짓의 키에 다부진 체구를 가진 이들은 미남(美男)형 보다는 호남(好男)형의 외모를 갖고 있다. 또한 특유의 세심한 손재주를 바탕으로 뛰어난 실용성과 조형미를 갖춘 공예품을 만드는 종족이다.



기아자동차 레이는 그런 드워프를 닮은 자동차다. 분명 잘생긴 디자인은 아니다. 자동차에게 표정이 있다고 한다면 뭔가 꺼벙한 표정이다. 이번에 페이스리프트 된 디자인이 공개되고서야 전작의 인상이 웃는 모습 이었다고 느껴질 만큼 개성 없는 얼굴을 갖고 있는 레이다. 이번에 바뀐 표정은 이런 웃음기마저 사라져 무표정에 가까운 디자인이다.
체격 또한 마찬가지다. 경차라는 카테고리에 가득 들어차는 다부진 체격은 ‘경차 = 작은 차’라는 인식을 깨뜨리는 요소다. 짧은 차체,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몸집, 펑퍼짐한 폭은 15인치 휠이 안쓰러워 보이게 만든다.



레이의 심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과 동일하게 1.0L 직렬 3기통 엔진이 적용된 레이는 최고출력 78마력, 최대토크 9.6kg.m을 발휘한다. 오히려 이전 모델에 있던 CVT 변속기의 1.0L 터보 모델이 사라져 아쉬움만 더한다. 신형 레이에 아직까진 1.0 터보 모델에 대한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아쉬움은 더욱 크다. 물론 터보 모델이라고 해도 엄청난 고성능은 아니지만 최고출력 106마력, 최대토크 14.0kg.m을 발휘하던 1.0 터보 모델은 나름 고성능 경차로 고객들의 사랑을 받은 모델이다.



네모 반듯한 박스형 디자인인 탓에 무게중심이 높다. 종종 ‘피곤하면 누워서 쉬는 차’라는 오명이 있지만 디자인을 바꾸기 전까진 해결할 수 없는 레이의 숙명이다. 이것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가질 수 있도록 투자와 개발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자동차 제조사의 사명일 수도 있다. 하지만 1570만 원짜리 박스형 경차에게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이의 진정한 가치는 이런 못난 외모와 부족한 출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박스카라는 특성 덕분에 레이는 차급에 맞지 않는 엄청난 공간 활용성을 자랑한다. 짧은 후드와 가파르게 올라가는 앞유리 덕분에 운전자와 앞유리의 거리는 상당하다. 이런 공간을 활용하고자 선바이저 위로 또 하나의 수납공간이 있다. 하지만 이런 수납공간에도 불구 상당한 공간이 남는다. 전작부터 이어진 레이만의 독특한 수납 공간 중 하나다.
 
조수석 시트는 앞쪽으로 완전히 접힌다. 2열 시트까지 모두 폴딩 할 경우 그 공간은 경차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이다. 이 외에도 조수석 밑의 드라이빙 슈즈를 보관하기 좋은 트레이, 컵 홀더 밑의 수납 공간, 글러브 박스 위의 수납공간, 2열 바닥 밑 시크릿 박스 등 수납공간을 다 찾기 힘들 정도다.



물론 레이의 실내 공간이 절대적인 수치로 큰 것은 아니다. 운전석에서 팔을 뻗으면 조수석 도어에 손이 닿을 정도다. 전장 3595mm, 전폭 1595mm 등 우리나라 경차 기준과 단 5mm 차이를 보이는 레이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만들 수 있는 모든 공간을 만든 것이 또 레이다.
이런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바로 레이의 특징 중 하나인 슬라이딩 도어다. 조수석 쪽에만 적용된 슬라이딩 도어는 1, 2열 도어를 모두 개방하였을 때 남다른 개방감을 선사한다. 어린 아이라면 허리를 숙일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가 탑승할 수 있을 정도다. 대형종의 반려동물을 태울 때에도 이러한 부분은 장점으로 적용된다. 기아자동차가 레이만을 위해 펫 온(Pet On) 패키지를 구성한 것도 이런 요소를 반영한 결과다. 다시 말해 기아자동차는 레이를 주로 타는 고객이 어떤 고객 들인지 충실히 분석했다는 이야기다.




레이는 느리고 느긋하게, 그러나 실용적으로 타는 자동차다. 각진 외모와 조그마한 덩치와 다르게 속은 알차고 운전자를 배려한다. 운전이 편한 자동차는 많지만 이처럼 쉬운 자동차는 많지 않다. 거기에 넓은 공간활용성은 승용의 용도 외에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LPG가 아닌 가솔린을 쓴다는 점, 영업용 번호판을 달 수 없다는 점 등의 차이가 있지만 쉐보레의 다마스를 대체할 만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꾸준히 ‘상품성 개선’을 해온 다마스지만 대체품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승용과 상용의 사이에서 그 정체성이 다소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은 있지만 레이의 장점은 그런 범용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오히려 그런 장점을 승용이라는 이름에 얽매여 제한시켜버린다면 레이의 참된 가치를 퇴색시키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고속도로 1차선을 고수 하는 것이 아니라면 레이에게, 경차에게 관대해도 좋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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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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