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대형 모빌 슈츠, 혼다 오딧세이
- 자동차 시승기
- 2018. 4. 20. 08:51
혼다의 디자인을 이야기 할 때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있다. 바로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인 ‘기동전사 건담’이다. 혼다가 이 애니메이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혼다의 미래형 디자인은 애니메이션의 로봇을 떠올려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에 주인공이 건담 뿐이던가.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공간 전투 속에서 날렵하게 움직이는 모빌 슈츠로 묘사하기엔 상당히 큰 덩치를 자랑하는 모델이다. 바로 혼다의 미니밴, 오딧세이다.
오딧세이는 지난 10월 국내에 소개된 모델이다. 최신의 혼다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아 매서운 눈매, 다부진 캐릭터 라인을 자랑한다. 미니밴에 다부진 인상이라니 조금은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오딧세이를 한 바퀴 돌아보면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미니밴 특유의 긴 전장(5190mm)가 조합되니 하나의 거대 병기를 보는 듯한 듬직함이 느껴진다.
오딧세이의 안으로 들어가면 이러한 느낌은 배가 된다. 운전석은 콕핏의 느낌이 강하다. 화려한 컬러의 디스플레이와 하이그로시 파츠, 전자식 변속기가 절묘하게 배치되어있다. 매끄러우면서도 빠르게 반응하는 터치 스크린이 인상적이다. 단점이라면 국내에서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는 네비게이션이 탑재되었다는 점 정도다.
8인승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공간만 본다면 그 이상의 인원이 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혼다는 오딧세이에 사람을 가득 채우기 보단 적당한 인원이 충분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미니밴을 구매하는 이들이 대량 운송을 하는게 아닌 가족을 위해 구매한다는 특성을 잘 반영한 셈이다.
이러한 특성과 오딧세이의 공간은 새로운 편안함을 제공한다. 운전석, 2열, 3열 어디에 앉아도 넉넉한 수납공간이 인상적이다. 1열 도어와 2열 슬라이딩 도어의 포켓, 인스트루먼트 트레이, 시트백 포켓 등 숨은 공간 찾기는 끝이 날 줄 모른다. 여기에 무려 15개에 달하는 컵 홀더는 2, 3열에 탑승한 사람들에게도 두 손의 자유를 선사한다.
하지만 수납공간이 오딧세이의 최대 특징은 아니다. 수많은 수납공간과, 버튼 하나로 여닫을 수 있는 오토 슬라이딩 도어보다 신기한 기능은 바로 ‘매직 슬라이딩 시트’다. 운전석부터 2+3+3의 구성으로 되어있는 오딧세이는 1열을 제외한 모든 좌석을 없앨 수 있다. 3열은 트렁크를 통해 폴딩을, 2열은 레버를 당기는 것 만으로 손쉽게 시트를 탈착 시킬 수 있다. 2열의 경우 가운데 시트를 제거하면 전후좌우로 움직일 수 있어 사용자의 용도에 맞는 배열이 가능하다. 리무진의 용도로 쓴다면 2열에 한 개의 시트만 둘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3열의 승하차도 더욱 용이해진다. 2열의 가운데를 비우고, 중앙의 공간을 최대로 할 경우 3열에 타고 내리기 위해 시트를 앞으로 숙일 필요가 없다. 반대로 한쪽으로 밀어놓을 경우엔 미니 버스를 이용하듯 자연스럽게 오르내릴 수 있다.
오딧세이의 재밌는 점은 운전자가 2열 탑승자를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다. 캐빈 워치(Cabin Watch)라는 이름의 이 기능은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2, 3열의 탑승자를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이와 더불어 캐빈 토크(Cabin Talk) 기능을 통해 뒷자리 탑승자에게 ‘방송’을 할 수 있다. USB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HDMI 등을 통해 2열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면, 혹여나 운전에 방해가 될까 함께 제공되는 무선 헤드셋을 끼고 있어 운전자의 말을 듣지 못했다면 캐빈 토크는 헤드셋으로 방송을 할 수도 있다. 가족여행으로 먼 거리를 이동해 동승자들이 잠들었다면 이 기능을 통해 ‘승객 여러분 우리 차량은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입니다’와 같은 비행기 기장의 멘트를 던져 볼 수도 있다.
오딧세이의 성격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부분은 놀랍게도 넓은 탑승 공간과 편리한 수납 공간, 멀티미디어 기능이 아니다. 바로 트렁크에 탑재된 혼다 VAC다. 트렁크의 왼쪽에 숨겨져 있는 이 그럴싸해 보이는 이름의 정체는 다름아닌 ‘진공 청소기’다. 가족 혹은 친구들과 즐거운 여행을 다녀온 직후 차량의 상태는 끔찍해지기 마련. 차량 청소용 도구를 항상 넣고 다니지 않더라도 트렁크에 장착되어 있는 청소기로 쉽고 빠르게 내부 청소가 가능하다. 흡입력 역시 결코 약하지 않아 바닥의 흙먼지와 과자 부스러기 정도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꽤 긴 노즐 덕분에 차량 내부는 대부분 청소할 수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자동차의 본질은 잘 달리는 것. 오딧세이 역시 이런 온갖 편의장치만을 내세웠다면 별 볼일이 없었을 것이다. 혼다 오딧세이의 거대한 차체를 이끄는 동력원은 VCM이 적용된 3.5L V6 직분사 가솔린 엔진으로 10단 변속기와 조합된다.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 가변형 실린더 제어 기술)이 적용되어 주행 환경에 따라 3기통, 6기통으로 나뉘어 움직이게 된다. 6개의 실린더가 모두 움직일 경우 오딧세이는 최고 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2km.g을 발휘한다.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넉넉한 성능이다.
엑셀을 깊게 가져가니 2톤이 넘는 차가 튀어나간다. 경쟁 모델 대비 특별히 더 무겁거나 특출나게 가벼운 무게는 아니다. 물론 그런 용도로 타는 차도 아니다. 하지만 충분한 성능으로 오르막길은 물론 필요에 따라 빠르게 가속해 다른 차량을 앞지를 수 있다는 뜻이다. 효율성을 강조한 EKON과 스포츠 모드를 통해 운전자의 입맛에 맞는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은 미니밴도 즐겁게 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혼다의 안전 기술 패키지인 혼다 센싱(Honda Sensing)을 통해 차간 거리 유지와 차선 유지, 사고 방지가 운전을 도와주니 무리한 운전을 하지 않는다면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미니밴답지 않은, 그리 높지 않은 시트 포지션과 시야 덕분에 처음 타는 이들도 운전에 어려움은 없다.
미니밴이 화물 운송용으로 쓰인다는 인식은 깨진지 오래다. 오히려 패밀리카로서의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다.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아닌 고급스러운 패밀리 밴을 찾는다면 오딧세이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비록 8인승인 탓에 버스전용차로를 타지 못하지만 그것이 오딧세이를 사지 않을 이유가 되진 못할 것이다.
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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