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현대차 신형 싼타페, 세심한 배려를 어떻게 전달할까
- 자동차 시승기
- 2018. 2. 22. 15:12
현대자동차가 4세대 싼타페를 정식 공개했다. 3세대 모델이 출시 된지 6년 만에 새로운 얼굴로 돌아온 싼타페는 랜더링이 공개됐을 당시부터 ‘큰 코나네’라는 평을 들었다. 미디어와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사전 공개 했을 당시엔 ‘사람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강조했다. 캄 테크(Calm Tech)의 이야기다. 과연 현대의 신형 싼타페는 큰 코나라고 불러야 할까. 어떠한 세심한 배려를 했을까. 그 과정에서 기본을 잊은 것은 아닐까.
사전 공개 후 약 한달 만에 신형 싼타페를 다시 만났다. 신형 싼타페는 여전히 멋스러운 눈썹을 자랑하며 부릅 뜬 눈을 빛내고 있다. 그릴 위에 자리한 긴 크롬 바는 양 쪽의 DRL을 이어주며 얼굴에 포인트를 주고 있다.
새롭게 적용하기 시작한 캐스캐이딩 그릴은 하단으로 옮긴 헤드램프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하단이 안쪽으로 말리는 캐스캐이딩 그릴 특유의 디자인과 그로 인해 생길 범퍼의 공백을 자연스럽게 매꿨다는 느낌이다.
뒷모습은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트렁크를 가로 지르는 긴 크롬바와, 입체적으로 바뀐 테일렘프가 그 원인이다. 수치적으로도 꽤 큰 전폭(1890mm)에도 불구하고 크롬 바를 향해 있는 테일 램프와 캐릭터 라인이 폭을 좁아 보이게 만든다. 가까이에서 보면 폭 넓은 덩치지만 한발 떨어져서 보면 어딘지 모르게 좁아 보인다는 느낌이 든다.
실내에 들어서면 두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새롭게 디자인된 크래시패드와 계기판의 버추얼 클러스터가 그것이다.
이전에도 넓은 공간을 잘 만들어내기로 유명했던 현대자동차다. 거기에 싼타페와 같은 중형 SUV쯤 되면 그 공간은 그야말로 ‘광활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거기에 전면 유리 쪽으로 밀어 넣어 도어까지 길게 이어지는 라인은 운전석에서도, 조수석에서도 앞이 넓게 트여있다는 느낌이다. 기자가 시승한 차량의 인테리어 컬러는 다크 베이지. 밝은 색의 가죽으로 인해 오염은 걱정 되지만 크래시패드와 대시보드 사이에 깨알같이 배치한 수납공간으로 인해 가죽의 오염을 크게 걱정할 필요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버추얼 클러스터는 7인치 컬러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주행 모드에 따라 크게 3가지 컬러로 변화한다. 에코모드에서는 초록색으로, 컴포트와 스마트 모드에서는 푸른색으로 표시되며 스포츠모드에선 역동성을 강조하듯 빨간색으로 변화한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르노삼성 QM6의 그것과 닮았다는 평이 많다. 일부 다른 부분도 존재하지만 큰 틀에서 닮았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현대차가 르노삼성의 디자인을 따라했는가는 확인해 볼 일이다.
7인치 컬러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며 많은 애니메이션이 적용됐다. 그러다보니 아쉬운 점이 발견됐다. 바로 차량 정보에 대한 부분이다. 기존 3.5인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때 보다 폰트의 가시성이 떨어진다. 폰트 사이즈가 작아졌나 싶었지만 그렇진 않다고 한다. 디자인 측면에서 경쟁모델과 유사성이 보였다면 이 부분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적용해 더욱 시원시원한 구성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든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도로로 나선다. 이번 시승에서 기자가 집중하고 싶었던 점은 ‘현대차가 말하는 캄 테크(Calm Tech)를 느낄 수 있을까’와 ‘이 차를 사면 가족에게 사랑 받는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였다.
시승차로 준비된 모델은 2.0 디젤 HTRAC 모델. 현대자동차 브랜드로써는 처음으로 적용된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인 HTRAC이다. 기존에도 전자식 AWD가 존재하긴 했으나 가장 큰 차이점은 구동력의 배분이다. 기존의 AWD는 상시 사륜의 구동력이 고정되어 있었던 반면 HTRAC은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주행 환경에 따라 구동력이 변화된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동력의 변화를 버추얼 클러스터를 통해 운전자에게 전달한다.
액셀레이터에 발을 올리고 지긋이 누르니 반응이 나쁘지 않다. ‘이 덩치에 2.0L 엔진’이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속도를 올리는데 무리는 없다. 디젤엔진 특유의 진동이 은은하게 느껴지지만 엔진을 쥐어짠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회전수가 올라감과 동시에 기어가 하나씩 올라가며 속도를 붙이는데 굼뜨지 않다. 매끄럽게 올라간 속도는 어느새 시속 100km를 넘었고 기어는 7단에 머물러있다. 신형 싼타페에는 8단 변속기가 조합되어 있지만 8단까지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고속으로 항속 주행할 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4세대에 들어서며 적용된 R-MDPS는 속도가 올라가면서 스티어링을 묵직하게 만든다. 최근의 모델들 역시 조향감이 가볍지 않지만 그 변화가 뚜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향성은 뛰어나다. 차량의 덩치가 결코 작지 않은 편이지만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부드럽게 움직인다.
가 높지만 조수석에 앉으니 마치 큰 세단을 탄 듯한 기분이다. 물렁하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서스펜션이 잔진동을 걸러낸다. 여기에 시속 100km를 훌쩍 넘는 속도에서도 은은하게 들려오는 풍절음은 동승자와의 대화에서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필요한 소리는 모두 들어오되, ‘소음’은 착실히 걸러낸다.
시승하는 내내 생각이 한 점으로 모였다. ‘가족을 태우고 다니기 좋겠다’는 생각이다.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좋다. 신형 싼타페는 넉넉하고, 편안하다. SUV답지 않다. 시승 코스가 지내 및 고속도로로 맞춰져 있었기에 눈길과 진창 등SUV 본연의 길을 가면 어떨지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상에서 가족과 함께 다니기엔 이만한 패밀리 SUV를 찾기 힘들다.
현대자동차가 캄 테크(Calm Tech)를 강조한 것 역시 하드코어한 오프로드보다 온로드 주행이 더 많다는 점에서 시작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평온한 하루에서의 일탈을 위해 레저를 떠나지만 대부분의 주행이 시내와 고속도로에서 이루어진다.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 하는 부분이 늘어나고 그들을 위한 기술을 찾게 된다. 가족이 조금 더 편안하기를, 가족과 조금 더 함께 하기를 바라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들을 해결해 주기 위한 캄 테크다. 조용히 다가와 도움을 주고, 티를 내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점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자랑스럽게 내보이기엔 그 명칭이 애매해진다. 그러나 이제야 ‘기술력 확보를 끝내고 사람을 위하기 시작’한 현대자동차에게 이러한 부분의 홍보가 필요하다. 앞서 느낀 ‘가족을 위한 최고의 패밀리 SUV’라는 점에서 신형 싼타페는 분명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하지만 제조사가 강조하고 싶었던 캄 테크가 성공의 요인은 되지 못할 것이다.
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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