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히스토리Ⅰ] BMW M ③ M의 이름을 처음 사용한 미드십 슈퍼카, M1

BMW의 고성능 모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알파벳 ‘M’을 최초로 이름에 사용한 모델을 살펴보려고 한다. BMW M1이다. 지금 관점으로 봐도 전혀 ‘올드’하지 않은 매끈한 디자인, 브랜드 최초의 미드십 슈퍼카, 앤디 워홀(Andy Warhol)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아트카, 모터스포츠의 전설 니키 라우다(Niki Lauda)와의 인연 등으로 BMW M1은 지금까지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BMW M1의 찬란한 모습 뒤에는 눈물없이(?) 들을 수 없이 기구한 사연이 숨겨져 있다.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큰 꽃을 피우지 못하고 져버린 BMW M1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보겠다.

1970년대 모터스포츠, 특히 유로피언 투어링카 챔피언십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3.0 CSL로 인해 BMW M의 전신인 BMW 모터스포츠는 모터스포츠 무대와 전 세계 시장에 존재감을 떨치게 된다. BMW 브랜드 내에서도 3.0 CSL의 성공으로 BMW 모터스포츠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고조됐다.

전 세계 모터스포츠 무대를 누린 3.0 CSL도 어느덧 퇴역할 시기가 다가왔다. 당시 BMW 모터스포츠의 수장이었던 요헨 네르파슈(Jochen Neerpasch)는 1975년 3.0 CSL의 뒤를 이을 레이스카 개발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1972년 폴 바로크(Paul Bracq)가 디자인하고 모터쇼 쇼카(Show Car)로 공개된 BMW 터보(Turbo) 콘셉트에 눈길을 주게 된다.

BMW 터보는 BMW 2002에 장착된 2.0L 4기통 터보엔진을 차체 중앙에 배치한 미드십 구조의 모델로 1960년대 말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으로부터 촉발된 슈퍼카 경쟁에 참가하기 위한 BMW의 슈퍼카 콘셉트다. 하지만 당시 BMW 경영진은 세단 개발에 무게 중심을 둬 양산형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었다. 관심 밖에 난 터보 콘셉트는 창고 한 켠에서 뽀얀 먼지만 쌓여가고 있던 중 요헨의 눈에 들어오게 된 것.

요헨은 이 콘셉트카를 베이스로 한 미드십 구조의 레이스카를 개발하기로 마음먹는다. 미드십 구조는 차체 중심에 무거운 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 부품 대부분이 실려 무게배분에 유리하고 운동성능을 높일 수 있다. 모터스포츠에 최적화된 레이아웃이다.

하지만 문제는 BMW가 미드십 구조의 레이스카를 개발 및 생산해본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양산 모델로도 제작해본 경험이 없었다. 결국 BMW 모터스포츠는 외부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레이스카를 생산하기로 한다. 그룹4 규정에 맞춘 새 레이스카의 디자인과 설계는 유명한 자동차 디자이너인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와 그의 이탈디자인 스태프가 맡고 생산은 람보르기니가 담당하기로 했다.

새 레이스카 M1은 3.0 CSL의 직렬 6기통 엔진을 콘셉트카와 같은 차체 중앙에 얹는 미드십 레이아웃으로 설계된다. 디자인은 당시 미드십 슈퍼카의 트렌드였던 쐐기형의 날렵한 형태로 콘셉트카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 BMW 모터스포츠는 이때까지만 해도 새로운 레이스카가 레이스 무대를 주름잡는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달콤한 상상은 끔찍한 악몽이 되어 돌아왔다.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레이스용 프로토타입과 호몰로게이션 규정에 맞춘 양산형 모델을 생산하기로 했던 람보르기니가 재정 상황 악화로 프로토타입 몇 대만을 생산하고 이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 버렸다. 결국 BMW 모터스포츠는 M1을 직접 한 땀 한 땀 수제작 생산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생산이 지연된 사이 레이스 규정이 변경돼 버린다. 즉, M1을 모터스포츠 무대에 올리려면 설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요헨은 1978년 궁여지책으로 F1 그랑프리의 프리레이스 성격의 프로카(Procar) M1 원메이크 레이스를 열고 M1을 레이스 무대에 데뷔시키지만 엔진 문제로 인해 이 레이스의 인기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요헨은 또 부랴부랴 변경된 그룹5 규정에 맞춰 M1을 손봤지만 그 사이 향상된 경쟁 모델을 따라잡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M1는 1981년을 끝으로 생산중지 결정이 내려진다. 총 생산대수는 460여대. 3.0 CSL로 전성기를 누린 BMW 모터스포츠는 M1 개발의 시행착오로 잠시 주춤하게 된다. 1980년 BMW AG는 BMW 모터스포츠의 예산을 75% 삭감했고, BMW 모터스포츠의 수장이었던 요헨은 모든 책임을 떠 안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수제작으로 인한 비싼 가격, 생산지연 등의 이유로 레이스 규정을 못 맞춘 M1는 비록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BMW 뿐 아니라 미드십 슈퍼카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중요한 모델이다. 온갖 역경을 딛고 만들어 낸 M1은 BMW 특유의 뛰어난 핸들링 감각과 안정적인 승차감으로 ‘데일리 미드십 슈퍼카’라는 개념을 정립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또한 BMW 모터스포츠는 M1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1980년대 F1 도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모터스포츠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BMW의 고성능 모델에 붙는 알파벳 ‘M’을 가장 먼저 사용해 현재까지 도로를 호령하는 M모델의 아이덴티티를 심어준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BMW는 2008년 M1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M1 오마주 콘셉트 모델을 공개하며 M1의 업적을 기렸다. 이 콘셉트 모델은 그 후 2009년 공개된 비전 이피션트다이내믹 콘셉트에 디자인 언어를 전달했고 그 언어는 현재 BMW i8에 담겨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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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종우 에디터 gcarmedia@g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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