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디자인의 상징, 키드니 그릴

최근 럭셔리, 프리미엄, 대중 자동차 너나 할 것 없이 같은 브랜드 안에서 생산된 모델은 비슷한 디자인 언어를 바탕으로 생산되고 있다. 때문에 형태와 크기가 제각각 다르더라도 한 집안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비슷한 디자인 요소를 공유해 보닛 위에 배지가 없어도 어느 브랜드 소속인지 알아챌 수 있다. 이처럼 멀리서 봐도 같은 브랜드의 자동차임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하는 디자인을 패밀리룩이라 한다.

 

패밀리룩은 오래된 역사를 지닌 고가의 자동차를 생산한 자동차 브랜드에서 주로 추구하는 디자인 정책이었지만 최근 대부분의 대중 자동차 브랜드에서도 브랜드 정체성 확립과 사용자들의 동질감 향상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기술력의 상향 평준화로 자동차 디자인 전략이 판매량과 직결될 만큼 중요해지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패밀리룩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L’자형 테일램프는 2세대 7시리즈(E32, 왼쪽)에 처음 적용된 후 BMW 모든 모델에 사용하고 있다

현대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패밀리룩을 브랜드 초기부터 확립해 현재까지 발전시킨 브랜드가 있다.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의 대표주자 BMW다. BMW에서 지금까지 생산한 대부분의 모델은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확실해 몇 십 년 전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모델까지 동일한 디자인 언어를 사용, 시대를 아우르는 동질성을 구축했다.

 

BMW만의 독특한 C필러 디자인, 호프마이스터 킨크

각각 2개의 램프로 이뤄진 헤드램프, C필러 밑에 부분을 과감히 꺾어 디자인한 호프마이스터 킨크, ‘L’자 형태의 테일램프, 두개의 키드니 그릴이 대표적인 패밀리룩이다. 그 중 인체 기관 중 신장(Kidney)을 닮아 키드니 그릴이라 불리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BMW 패밀리룩 중 가장 오랜 시간동안 지켜 내려온 디자인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형태와 크기, 위치가 제 각각이지만 엔진을 사용하는 자동차라면 반드시 사용되는 부품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해 엔진과 보닛 속을 냉각하고, 연소과정에 필요한 공기가 원활히 공급되기 때문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또한 자동차 전면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부품이라 자동차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BMW 303

BMW 키드니 그릴은 1933년 BMW 엔지니어였던 프리츠 피들러(Fritz Fiedler)가 1931년 시험삼아 도입됐던 두개로 나뉜 라디에이터 그릴을 303 쿠페에 적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대부분의 자동차는 하나의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을 사용했는데, 303 쿠페의 2개로 나뉜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은 꽤 혁신적인 시도였고,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다. 그 후 BMW는 출시되는 모델에 키드니 그릴 디자인을 적용했고 점차 시간이 흐르며 BMW 디자인 아이덴티티의 하나로 자리 잡는다.

 

BMW 328

세로가 상대적으로 긴 형태의 키드니 그릴 디자인은 BMW의 클래식 모델인 315, 319, 328 등을 거치며 폭이 점점 얇아져 날씬해진다. 이 날렵한 디자인의 키드니 그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BMW가 최초로 생산한 자동차인 BMW 501에 이어진다. BMW 501은 V8 대배기량 엔진을 사용하는 풀사이즈 세단으로 현재 7시리즈의 할아버지쯤 되는 모델이다.

 

BMW 501

BMW 501, 502, 503에 이어 등장한 507에는 기존의 위아래로 긴 키드니 그릴 디자인과 다른 좌우가 긴 디자인 적용됐다. 자동차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 관련 부품들이 사이즈가 점차 작아져 엔진룸 사이즈가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좌우가 긴 507의 키드니 그릴 디자인은 BMW 3200 CS에서 총 4개로 나뉘게 된다.

 

BMW 3200 CS

두개의 키드니 그릴로만 이뤄진 라디에이터 그릴이 작아진 키드니 그릴과 양쪽으로 긴 라디에이터 그릴이 추가돼 총 4개 부분으로 나뉘게 된다. 이 형태는 BMW의 라인업 체계를 이룬 모델이라 평가받는 뉴클래스에 그대로 계승된다. 이 시기부터 작고 미니멀한 키드니 그릴 디자인 시대가 시작되는데 단어의 뜻대로 ‘신장’과 가장 닮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크기가 작은 편에 속하는 3.0 CSL(왼쪽)보다 더 작은 키드닐 그릴을 가진 M1(오른쪽)

뉴클래스에 적용된 키드니 그릴 디자인은 초기 3, 5, 7시리즈 등에 계승되며 작은 크기를 유지한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BMW 모델들의 헤드램프가 점차 커지고, 그 사이에 위치한 키드니 그릴 역시 점차 좌우가 길어지게 된다. 이 시기부터 헤드램프의 크기와 함께 커지기 시작한 키드니 그릴은 현재까지도 크기를 조금씩 더 키우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시대 트랜드에 맞게 디자인이 변화된 BMW 키드니 그릴. 최근 BMW 키드니 그릴의 특징은 ‘차별성’이다. ‘두개의 신장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이라는 표준을 정하고 각 모델의 특징과 포지셔닝에 맞게 차별화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BMW X7의 키드니 그릴

날렵함을 강조하는 8시리즈, Z4 등에서의 키드니 그릴은 작고 날카롭고 스포티하게 디자인돼 차의 성격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7시리즈와 X7이 포함된 BMW의 플래그십 라인인 럭셔리 클래스에서는 다른 모델에 비해 확연히 커진 키드니 그릴 디자인이 적용된다. 브랜드의 기함인 만큼 다른 자동차를 압도할 수 있는 존재감을 뽐내기 위해서다.

 

BMW X2의 키드니 그릴은 거꾸로 뒤집혔다

3, 5시리즈 등의 세단라인에서는 차체 비율에 맞는 적절한 크기로 디자인된다. 최근 세단라인들의 차체 크기가 커지고 있는 추세라 키드니 그릴도 이에 맞게 조금 더 커졌다. X라인업의 경우 역시 차체 크기와 성격에 맞게 키드니 그릴이 적용되는데, 특이한 점은 X2의 경우 키드니 그릴을 거꾸로 넣어 모델에 성격에 맞는 위트함을 뽐낸다.

 

BMW i3s의 키드니 그릴. 순수전기차에서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장식적 요소가 강하다

엔진이 아닌 전기모터가 사용되는 순수전기차나 친환경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키드니 그릴은 어떻게 적용될까? 친환경 자동차는, 특히 순수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이 없기 때문에 키드니 그릴 즉, 라디에이터 그릴이 필요 없다. 하지만 키드니 그릴은 BMW를 상징하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이기 때문에 여전히 전면부에 자리잡고 있다.

 

BMW 비전 M 넥스트의 키드니 그릴

친환경차에 자리 잡은 키드니 그릴은 기능보다는 형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다른 모델에 비해 디자인 자유도가 높다. 앞으로 등장할 BMW 순수 전기차에 적용될 키드니 그릴은 지금보다 훨씬 다양하고 독특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며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 세기의 역사를 가진 BMW의 대표적인 디자인인 키드니 그릴은 BMW의 디자인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자동차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제약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전기차의 등장으로 BMW 키드니 그릴이 어떤 디자인과 역할을 하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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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종우 에디터 gcarmedia@g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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