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베트남 도로 체험, 질서의 카오스


베트남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나라다. 서울에서 하노이까지 직선거리는 약 2700km. 비행기를 타고 간다고 하면 3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거리다. 같은 중국 문화권에 있으며 먹거리와 종교 등 많은 것이 유사한 국가다.
지난 연휴 베트남을 방문한 기자의 눈엔 그들의 도로 문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도로 풍경은 어떤 모습 일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도로를 지배한 이륜차량이다. 스쿠터와 전기 자전거, 전기 스쿠터가 주를 이룬다. 리터급 오토바이도 간간히 보인다. 자동차와 이륜차의 비율은 대략 1:9라고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빠져있는 베트남에서 자동차는 말 그대로 사치품이다. 아시아 연합에 가입하면서 최근 관세가 급격히 낮아진 베트남 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입차 관세는 30%에 육박했다. 무역 협정에 의거 최근 수입차 관세는 낮아졌지만 베트남 정부가 제조사 및 판매사에게 차량 리콜 및 인증 등에 관한 강도 높은 서류를 요구해 아직까진 이러다 할 신차가 출시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이러한 까닭에 현재 자가용 차량을 운용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은 그 자체로 중산층엔 속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다소 가격이 저렴한 오토바이가 인기를 끌게 됐고 베트남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오토바이 택시인 쎄옴(Xe Om)이 많은 이유기도 하다.



주로 보이는 모델은 현대자동차의 i10, i20와 기아자동차의 모닝, 토요타의 비오스(Vios). 마쯔다의 모델들은 고루 볼 수 있다. 조금 덩치가 있는 차량으로는 포드 에코스포츠와 레인저 픽업트럭, 혼다 CR-V를 애용한다. 간혹 모닝과 i10 등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의 레터링을 붙이고 다니는 차들도 볼 수 있다.
 
기아자동차 모닝과 i10은 택시 모델로 사랑 받는다. 조금 더 커도 액센트 이상의 차량을 택시로 사용하지 않는다. 택시 기사에게 손짓 발짓 하며 이유를 물었으나 알아듣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답을 얻지 못했다.
 
도로의 폭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차이가 뚜렷하다. 구시가지는 중형 SUV만 다녀도 차선이 꽉 찰 정도로 도로의 폭이 좁다. 이런 도로를 수십 대의 오토바이와 함께 다니다 보니 도로에선 클락션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아무런 이유 없이 울리는 건가 싶었는데, 마침 이용한 우버 모토(Uber Moto) 기사가 옆 사람 혹은 앞에 있는 사람에게 나 여기 있다 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 해준다. 이렇게 쉴 새 없이 클락션을 울려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소음 공해를 참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을 하는 우버 라이더의 뒤에 타고 있으니 기자의 목으로 식은 땀이 흐른다.



신시가지의 경우 최근 개발된 지역답게 넓은 도로 폭을 갖고 있다. 신호 체계 역시 체계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지 신호 체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시가지의 넓은 도로에서도 횡단보도의 존재는 무의미하다. 당당하게 걸으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오토바이 내지는 자동차를 지긋이 바라본다. 멈칫하지 않고 그렇게 꾸준히 걸으면 운전자들이 피해간다. ‘이게 뭔 법칙인가 싶었지만 그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건너고, 피해간다.
 
교통 신호 역시 마찬가지다. ()시가지에선 교통 신호에 따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들이 밀고, 비켜주면 간다. 만약 상대방이 비켜주지 않으면 그 상태로 기다린다. 저렇게 가면 누가 양보를 하나 싶은 순간 잘 빠져나간다. 역주행 그리고 진행 방향의 직각으로 횡단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오히려 신호등을 찾고 횡단보도 신호에 맞춰 건너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신시가지는 그나마 잘 지켜진다. 잘 지켜진다는 것은 그래도 빨간 불에서는 멈추고, 파란불에선 달린다는 뜻이다. 그나마 라는 것은 신호를 따르는 이 못지 않게 신호를 무시하는 이들도 있다는 점이다.



이륜차의 대부분은 혼다 모델이 차지한다. 간혹 베스파와 피아지오(Piagio), 푸조가 보이지만 대다수는 혼다의 웨이브 모델이다. 슈퍼커브 역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원체 많은 탓에 공영주차장 및 유료 주차장 역시 자동차 주차장은 찾기 힘들다. 인도엔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얼핏 보기엔 방치 된 듯 하지만 이렇게 모여 있는 곳이 오토바이 주차장이라고 한다. 입차한 시간을 오토바이 시트에 분필과 같은 것으로 표시한다.
탑승 인원 역시 제각각이다. 기자가 본 최다 탑승 인원은 혼다 웨이브에 부부와 아이들 4,  6명이 탑승한 모습이다. 3~4명은 쉽게 볼 수 있다. 뒤에 앉은 엄마의 품에서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아이의 모습은 너무나 생소하다.
오토바이를 타는 이들의 성별과 나이, 복장 역시 국한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치마를 입고서, 다소 민망한 자세로 달려가는 반면 누군가는 아무리 봐도 고등학생이 됐을까 싶은데 무덤덤한 표정으로 도로를 누빈다.



일정 중 하롱(下龍)시로 넘어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올랐다. 고속도로가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미흡한 곳이 많다고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고속도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내년엔 교통망이 한층 개선 될 것 같다는 버스 기사의 말에 기대감이 생긴다. 기대감을 갖고 창 밖을 본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속도 제한 표지판이다.
베트남은 고속도로에 오토바이가 올라가는 것이 허용되어 있다. 하지만 고속도로라고 하기엔 다소 낮은 제한 속도를 갖고 있다. 차량 전용 차선의 경우 시속 90km까지, 차량과 오토바이가 함께 달릴 수 있는 차선은 시속 70km, 오토바이 전용 차선은 시속 50km의 제한 속도를 가지고 있다. 상행선과 하행선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어 시내 도로와 같은 아찔한 모습은 많지 않지만 여전히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오토바이는 심심찮게 보인다. 그리고 그런 그들과 천천히 달리는 자동차, 오토바이를 추월하기 위해 차선을 벗어나고 길이 아닌 곳으로 달리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추월을 위해 중앙선 침범도 마다하지 않았던 시내 도로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양반이지 싶다가도 옆에서 들려오는 신경질 적인 클락션 소리에 고개를 돌리게 된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가장 놀라웠던 점은 단 한 건의 사고도 목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짧은 일정 중 교통사고를 목격할 확률이 높진 않겠으나, 이정도로 혼잡한 도로라면 한번쯤은 마주쳤을 법 하다. 정해져 있는 교통 체계가 상당수 지켜지지 않고 있음에도 사고 비율이 높지 않다는 것. 그들만의 약속이 충실히 이행되고 있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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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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