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지 못했던 전륜구동과 후륜구동의 차이점

 

 

자동차 메이커의 마케팅에 속아온 우리들

 

우리는 FF(전륜구동)와 FR(후륜구동)에 대해 상당히 무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 운전을 10년 넘게 해온 드라이버나 튜너 조차 헷갈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비교적 쉽게 FR, MR차량을 만나볼 수 있지만 불과 몇년 전 까지도 제조단가에 초점을 맞춘 현대자동차가 FF(전륜구동)를 주로 생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FR 차량보다 FF차랑을 많이 접하게되고 FR차량에 대한 편견이 생겼다는 판단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국내 소비자가 후륜구동을 탄다는것은 고급 수입차를 탄다거나 화물차나 승합차같은 뒤가 가벼운 영업용 차량을 타는게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제네시스 브랜드나 혹은 K9과 같은 후륜 기반의 차량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일반적으로 접하는 차량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전륜구동은 좋지 않고, 후륜구동은 좋다는 등의 오해와 편견이 있는 편이다.

 

 

 

차량의 구동방식은 크게 4가지

 

국내 차량은 대부분 앞바퀴가 동력을 전달하는 FF(전륜구동) 방식과 뒷바퀴가 동력을 전달하는 FR(후륜구동), 슈퍼카와 같은 초고성능 차량등에 사용되는 MR과 RR 그리고 콰트로 같은 4륜구동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일부 빠진 모델도 있겠지만 국산차 기준 아래의 나열한 차종 이외 국내 제조사가 만든 대부분의 모델은  FF, 즉 전륜구동 이다.
 
현대자동차
포니, 스텔라, 그레이스, 포터, 제네시스 쿠페, 제네시스 G80, EQ900(1세대 에쿠스는 전륜구동), 
 
쉐보레(구 대우자동차)
로얄살롱, 임페리얼, 프린스, 브러엄, 라보, 다마스, 스테이츠맨, 베리타스
 
기아자동차
포텐샤, 엔터프라이즈, 프레지오, K9, 스팅어
 
쌍용자동차
체어맨
1975년 현대자동차가 포니를 생산한 이래로 국내 제조사가 만든 후륜구동차는 손에 꼽을 정도다. 현재 세대에서 위의 차량들을 타본 이가 몇이나 될까 싶다. 이 모델을 타봤다고 해도 후륜구동의 장단점이나 특징을 완벽히 체득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대체로 트럭과 승합차를 경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의 세단 모델들은 감히 함부로 살 수 없는 고급 세단에 속했다.

 

 

우선 전륜구동인 FF의 장점을 살펴보면?

 

전륜구동(FF)는 엔진이 앞에 위치한다. 그 엔진 옆에 미션이 붙어있고 바로 구동력을 전달할 수 있어 전체 부품갯수가 줄어들게 된다. 덕분에 제조 공정은 단순해지고, 단가를 낮출 수 있게 된다. 또한 엔진을 가로배열이 가능해 엔진룸 크기 역시 줄일 수 있다. 같은 크기의 전장, 전고라면 FF 쪽이 실내 공간을 더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메이커 입장에서 전륜구동 모델의 생산은 단가는 저렴하면서 비싸게 팔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후륜구동형은 구동축을 뒷바퀴에 둔다. 동력전달축인 프로펠러 샤프트(미션->후륜엑슬)가 차량하부축을 가로질러 가야하기에 손실도 발생하고 실내도 좁아지기 마련이다.

 

 

 

위 사진에서 보듯 프로펠러샤프트(빨간색 부분)가 미션과 리어엑슬(디퍼런셜기어)과의 동력을 전달하기 위해서 차량의 하체부분을 지나게 되어 있다. 이때 프로펠러샤프트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의 하부에 볼록한 아치(파란색 부분)가 생기게 됨에 따라 실내가 좁아지게 된다.

 

동력성능에 초점을 맞춰보면?

 

FF 차량의 장점은 엔진무게에 의한 접지력의 향상이 있다. 특히 눈길, 빗길 등에서의 견인력이 매우 우수하다. 또한 차량이 슬립이 되었을때나 스핀이 될 때 차체 바로 잡기도 쉽다. 차량이 스핀이 될 때 그 중심축은 앞바퀴가 되기 때문에 앞바퀴에 동력을 줄 수 있는 FF 차가 보다 안전하다. 반면 뒷바퀴에만 구동력을 주는 FR은 스핀 발생 시에 카운터가 어렵다.
국내 운전자들은 전륜구동에 맞추어 운전습관이 베어있다. 그렇다 보니 후륜구동의 거동에 익숙하지 않고, 빗길이나 눈길 등에서 발생하는 오버스티어에 쉽게 당황한다. 운전 중 당황은 곧 사고로 이어진다. 카운터 스티어라는게 후륜구동을 탄다고 자연스레 익혀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륜구동의 언더스티어에 익숙해진 운전습관으로 인해 뒤가 약간만 미끄러지거나 조금 흔들리는 상황에 무조건 브레이크부터 밟게 된다.

 

후륜구동은 왜 스포츠카에 적합한가

 

스포츠카의 가장 큰 조건은 운동성능과 조향성능이다. 스포츠카의 성능을 판단하는 기준은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의 가속 시간을 예로 드는 편이다. 1~2초 차이를 줄이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못하는게 일반적이다. 일반인이 생각할때 "그깟 3초 차이" 라고 하겠지만 스포츠카를 만들고 튜닝하는 튜너 입장에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의 기적을 이루는 수치인 셈이다. 
그럼 배기량만 높이면 3초를 줄일 수 있을까? 전륜구동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모두 본네트 안에 집중되어 앞바퀴 접지력이 좋겠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급출발을 해보면 앞의 무게가 순간적으로 뒤로 이동하면서 앞바퀴는 뜨게 되고 뒷바퀴는 가라앉게 된다. 다시 말해 뒷바퀴 접지력이 상승하고 앞바퀴는 접지력이 줄어드는 스쿼트(Squat)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닛산 GTR32 차량의 드레그 스타트(급출발) 모습. 후륜구동인 차량의 경우 급출발을 하면 하중이 뒤로 이동하면서 뒷바퀴의 접지력이 좋아진다.닛산 GTR32 차량의 드레그 스타트(급출발) 모습. 후륜구동인 차량의 경우 급출발을 하면 하중이 뒤로 이동하면서 뒷바퀴의 접지력이 좋아진다.

 

 스쿼트 현상을 줄이기 위한 전륜구동 차량은 뒷쪽을 올리고 앞을 내리는 셋팅을, 감쇠력 조정이 가능한 경우 뒤를 하드하게 앞을 상대적으로 소프트하게 하는게 좋다. 반면 후륜구동 방식이라면 뒷바퀴쪽으로 이동한 무게 중심 때문에 접지력이 증가되어 빠른 출발이 가능하다. 접지력 저하에 의한 바퀴가 헛도는 현상인 휠스핀(Wheel Spin)을 줄이는게 안정적이고 빠른 자동차의 기본 요건이다.
무게이동은 차량이 출발한 이후 중/고속에서도 수시로 이루어 진다. 엑셀에서 발을 떼는 것 만으로도 무게 중심은 앞으로 이동하지만 가속을 하면 다시 뒤로 이동한다.

 

FR와 FF를 자연계의 동물로 비유

 

잘 달리는 포유류 동물치고 앞발이 큰 동물은 없다. 빠르게 달린다는 네발 짐승들 모두가 뒷발이 더 크고 굵다. 앞발은 좌우 어느쪽인가를 선택하는 역할만 한다. 참 적절한 비유다.

 

BMW의 광고중 하나. 뒷발이 아닌 앞발이 발달된다면?

 

조향 성능에서의 차이

 

전륜구동형은 대부분 엔진을 횡배열(가로배열)을 선택한다. 덩달아 미션도 가로로 향하게 된다. 보통 엔진은 운전자 혼자 탔을 때를 기준으로 차량의 무게를 맞추고자 조수석 쪽에 위치한다. 엔진이 무겁기 때문에 미션은 운전자쪽에 위치하는게 일반적이다. 사고 발생 시 엔진에 의한 2차 사고를 피하기 위한 의도 역시 들어있는 설계다. 엔진과 미션이 좌/우로 치워쳐져 있기 때문에 바퀴로 동력이 전달되는 드라이브 샤프트의 길이가 달라지게 된다. 운전석 쪽이 짧고 조수석쪽으로 길어 좌우 동력전달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좌우 드라이브 샤프트의 길이가 달라짐에 따라 좌우 동력전달 차이가 발생하며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토크스티어(torque steer) 라고 한다. 이 토크스티어 때문에 FF로 제작되는 차량에는 높은 토크를 발휘하는 구성을 사용하지 않는다. 토크가 높으면 높을수록 토크스티어를 제어하지 못할정도로 조향하는데 있어 위험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성을 살리는 스포츠카에서 구동륜인 앞바퀴의 좌우 동력전달 불균형이라는건 넌센스다. 반면 후륜구동은 디퍼런셜기어가 중심에 있고 좌우로 같은 동력을 전달한다. 이렇게 동력과 조향의 역할을 함께 가지고 있는 전륜구동은 동력성능에도 불리하고 조향성능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또한 가로배열 엔진은 조향륜인 앞바퀴의 회전각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투스카니(좌)와 제네시스 쿠페(우)의 엔진룸. 엔진의 배열과 위치가 다르다

 

이외에도 후륜구동은 구동륜과 조향륜이 별개이므로 보다 빠른 핸들링이 가능하다. FR의 앞바퀴에 달린 링크들은 모두 조향에만 쓰면 되지만, FF는 동력전달을 위한 샤프트도 달리게 된다. 또한 FR은 뒷바퀴가 추진을하면서 나아가고 앞바퀴는 조향만 하면 되기에 빠르고 예리한 스티어링이 가능한 반면 FF는 조향을 하는 바퀴가 회전하며 굴러가고 뒷쪽은 그냥 따라오는 격이다. 반응은 한박자 늦게 되며, 스티어링 휠도 많이 돌려야 한다. FF를 칭하는 속어 중 전륜발이라는 표현이 있다. 하나는 뒷바퀴의 제어가 사실상 되지 않기 때문이다.
FF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언더스티어 현상도 문제다. 물론 안전의 측면에서 대부분의 차량이 약한 언더스티어 세팅을 한다. FF차량은 원래부터 언더스티어기 때문에 선회(회전)각이 항상 큰 편이다. 

 

중요한 것은 전, 후 밸런스

 

평균적으로 전륜구동 차량은  7:3, 후륜구동 차량은 6:4정도의 무게 배분을 갖는다. 이 무게배분은 코너링과 승차감 이외에도 브레크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자동차는 프론트 브레이크 7, 리어 브레이크 3 의 브레이크의 배분 비율(7:3)을 가진다. 브레이킹시 차량의 무게가 앞쪽으로 집중되어 실제적으로 앞바퀴에 많은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4바퀴를 가진 자동차가 100키로 이상의 속도에서 풀브레이킹을 하게 되면 앞쪽범퍼가 땅에 닿을 듯 숙여진다. 이를 노즈다이브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때 뒷바퀴는 거의 떠있다 싶을 정도로 들리게 된다.

 

노즈 다이브 [ nose dive ] : 주행 중이던 차량이 급브레이크 등의 상황에서 관성운동에 따라 차체 앞부분이 고꾸라지듯 주저앉는  현상. 차체의 무게중심이 서스펜션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서 발생한다.노즈 다이브 [ nose dive ] : 주행 중이던 차량이 급브레이크 등의 상황에서 관성운동에 따라 차체 앞부분이 고꾸라지듯 주저앉는 현상. 차체의 무게중심이 서스펜션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서 발생한다.


만약 무게배분이 7:3(전륜)인 차량과 6:4(후륜)인 차량이 같은 속도에 같은 풀브레이킹을 한다면 전륜구동 보다 뒤쪽에 많은 무게가 배분되어있는 후륜구동의 네바퀴 접지력이 우수하다. 후륜구동 차량이 뒤쪽의 무게가 더 무겁기 때문에 전륜구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뒷바퀴 들림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한 조건들로 인해 달리기성능, 코너링, 브레이킹 모두 후륜이 우수한 이유다. 
국내소비자들에게 후륜구동에 대해 어떠냐고 물으면 한국인의 70%이상의 대답은 아마도 "빗길,눈길에 잘미끄러지고 위험한 차" 일 것이다. 벤츠, BMW, 케딜락 등 수입 브랜드의 생산라인은 90%이상이 후륜이다. 유럽의 국가들은 우리나라 보다 안좋은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후륜 메카니즘의 차량이 대중화 되어 있고 그것을 즐기는 방법을 알고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4계절의 나라다. 현명한 오너라면 한계절(겨울)에만 유리한 전륜보다는 한계절(겨울)에만 불리하고 삼계절 안전한 후륜을 더욱 매력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어느쪽이 좋다는 절대적 명제는 없다. FF 방식도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스포츠카 를 표방하는 차량에 까지 FF 방식을 고집하는것은 코메디가 아닌가 싶다. '전륜구동과 오토매틱 차량은 이동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다소 위험한 표현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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