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히스토리Ⅰ] BMW M ② 모든 M모델의 기원, BMW 3.0 CSL
- 정보 칼럼
- 2019. 8. 29. 09:40
지난 달에 BMW의 모터스포츠 전담 자회사인 BMW Motorsport GmbH의 출발 배경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이 자회사에서 개발한 첫번째 레이스카, BMW 3.0 CSL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BMW 3.0 CSL은 현재 BMW 모든 M카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꼭 집어 콤팩트 고성능 세단인 M3의 직계조상이라 할 수 있는 모델이다.
1972년 설립되고 요헨 네르파슈(Jochen Neerpasch)에 의해 초기 세팅을 이룬 BMW 모터스포츠는 다음해인 1973년 시즌부터 본격적인 모터스포츠 무대 참가를 목표로 새로운 레이스카 개발에 돌입한다. 독립적인 새로운 레이스카를 만들 경험이 부족했던 BMW 모터스포츠는 당시 생산하고 있는 BMW의 양산모델을 베이스로 튜닝해 레이스카를 만들기로 한다.
BMW 모터스포츠의 첫 번째 재료는 당시 뉴클래스(New Class) 2000C/CS의 뒤를 이어 1968년부터 생산된 2도어 쿠페 E9이다. E9는 1968년 I6 2.8L 엔진을 사용하는 2800 CS를 시작으로 1975년까지 생산된 모델로 1976년 E24, 1세대 6시리즈로 계승된 모델이다.
E9는 현대적인 BMW의 2도어 그랜드 투어러의 개념을 정립한 모델이자 부드러운 회전질감과 강력한 성능으로 ‘실키식스(Silky Six)’란 애칭이 붙은 직렬 6기통 엔진이 적용된 모델이다. BMW 모터스포츠는 E9 모델 중 1971년부터 생산한 I6 3.0L엔진의 3.0 CS를 베이스로 레이스카 개발에 돌입한다.
1년여의 개발 끝에 완성한 레이스카가 바로 3.0 CSL입니다. CS는 Coupe Sport의 약자이고 L은 Light를 뜻한다. ‘가벼운’이란 모델명에 맞게 3.0 CSL은 실내의 트림과 방음장치 등을 모두 제거했고,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을 자동차 도어, 보닛, 트렁크 리드 등의 보디 패널에 적용, 무거운 유리대신 투명 아크릴 수지를 사용했다. 뼈를 깎는 다이어트로 3.0 CSL의 무게는 1,150kg(공차중량)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BMW는 BMW 모터스포츠가 개발한 이 자동차의 유로피언 투어링카 챔피언십 참가를 위한 호몰로게이션 규정에 맞춰 1,265대를 제작한다.
3.0 CSL은 배기량 3.0L 이상 클래스에 참가하기 위해 3.0 CS에 사용된 I6 3.0L(2,986cc)엔진에서 보어(엔진 실린더의 단면적)를 늘려 엔진 배기량이 조금 늘어난 I6 3.0L(3,003cc)의 직분사 엔진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개발 중 배기량이 더 늘어 최종 I6 3.2L(3,153cc)엔진을 사용하게 된다. 3.0 CSL은 게트락(Getrag)사의 4단 수동기어를 사용했으며 최고출력 208마력, 최대토크 29.6kg·m을 내며 뒷바퀴를 굴렸다.
3.0 CSL은 경량화 뿐 아니라 공력성능 강화를 위한 에어로 다이내믹 파츠도 잔뜩 추가됐다. 지면에 닿을 듯한 프론트 에어댐과 툭 튀어나온 앞뒤 펜더, 에어로 핀, 루프 스포일러, 커다란 리어윙 등 당시 최고의 에어로 다이내믹 기술이 적용됐다. 모든 공력 파츠를 두른 3.0 CSL은 공격적인 모습으로 인해 ‘배트모빌(Batmobile)’이란 애칭으로 불렸다.
‘악당을 물리치는 레이스카’ 3.0 CSL은 BMW M을 상징하는 블루, 퍼플, 레드의 세가지 색 리버리를 처음으로 적용한 레이스카다. 이 리버리는 당시 BMW 모터스포츠와 미국 정유브랜드 텍사코(Texaco)와의 파트너십을 표현한 것. 블루는 BMW, 레드는 텍사코를 의미하며 두 색이 합쳐진 퍼플은 두 회사의 협력을 의미한다. 이 세가지 색은 BMW 모터스포츠가 후에 상표권을 사들여 알파벳 ‘M’과 함께 BMW M을 대표하는 컬러가 됐다.
레이스 무대를 뒤엎을 채비를 마친 BMW 모터스포츠와 3.0 CSL은 1973년 3월 이탈리아 몬자(Monza)에서 열린 유로피언 투어링 카 챔피언십(ETCC)에 데뷔한다. 3.0 CSL의 스티어링 휠은 지난 5월에 작고한 모터스포츠 레전드, 니키 라우다(Liki Lauda)와 브라이언 뮤어(Brian Muir)가 잡았고, 데뷔한 그 경기에서 바로 레이스 우승컵을 거머 쥐며 모터스포츠 판을 뒤 흔들기 시작한다.
몬자 서킷을 시작으로 벨기에 스파프랑코르샹 24시 등 1973년 ETCC에서만 총 3번의 레이스에서 우승하며 시즌 챔피언십 타이틀을 획득했고, 완주조차 어렵다는 내구레이스의 상징인 르망 24시에서 종합순위 11위, 클래스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 뿐 아니라 뉘르부르크링 6시, 독일 투어링 그랑프리, 등등 유럽내에서 펼쳐진 레이스 무대에서 쉴 새없이 없이 포디엄을 오르내리며 BMW 모터스포츠의 기술력을 전세계에 각인시킨다.
3.0 CSL은 1980년 BMW 320과 BMW 635i에 자리를 물려주며 레이스 무대에서 퇴역하기까지 ETCC 총 6번의 챔피언십 타이틀(1973-1979), 쉐브링 12시 종합 우승(1975), 데이토나 24시(1976) 우승, 3번의 르망 24시(1973, 1974, 1977) 클래스 우승을 차지한다. 한마디로 1970년대 모터스포츠 판은 BMW 모터스포츠와 3.0 CSL이 휘어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3.0 CSL의 성공적인 개발과 활약은 모터스포츠에서의 BMW 입지 확대 뿐 아니라 BMW 양산 모델에 대한 판매량 증대에도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수많은 자동차 회사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모터스포츠 무대에 뛰어드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인지도 상승과 이로 인한 판매량 증가를 위해서이다. ‘Win on Sunday, Sell on Monday’, 즉 일요일에 펼쳐지는 모터스포츠의 결과가 판매량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
이렇게 BMW 모터스포츠의 BMW 그룹 내 입지는 더욱 견고해졌다. BMW 이사회는 양산모델을 바탕으로 한 고성능 모델 개발에 더욱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3.0 CSL은 비록 ‘M’이라는 배지를 처음으로 단 모델이 아니지만 지금의 M모델이 존재하게 한, 모든 M의 기원이다.
다음시간에는 BMW M이라는 배지를 모델명에 처음 적용한 모델에 대해 살펴보겠다. 바로 BMW M1이다. 이 역사적인 BMW 최초의 미드십 슈퍼카 때문에 현재 BMW M2의 전 모델인 1시리즈 M카는 1M(E82)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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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종우 에디터 gcarmedia@g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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